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게임연구자 김정태 Oct 09. 2021

메타버스, 거기서 니(국회)가 왜 나와

국회에서 발표한 '메타버스' 정의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보자

이전 글에서 글로벌 빅 테크 기업들(페이스북, MS)가 메타버스에 '탑승'하려는 속내를 알아보았다. 


빅테크 Top 2는 바로 전 세계 30억 게이머들을 사로잡기 위해, '메타버스'라는 키워드에 주목하고 있었다. 결국, 글로벌 빅테크들은 메타버스와 게임(화)를 함께 하여 시너지를 극대화하려고 모든 것을 건 '오징어 게임' 결전 중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게임'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서인지 메타버스와 게임을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메타버스 개척자 or 전문가로 활동하는 이들은 한결같이 '메타버스는 게임과 다르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메타버스와 게임을 분리하려는 주장을 '메타버스-게임 분리주의'(가칭)로 칭하겠다.


국회 입법사무처는 메타버스-게임 분리주의에 힘을 실어주는 발표를 하였다.



1. '메타버스-게임 분리주의', 정치권까지 힘 실어주나?


정치권에서는 '메타버스-게임 분리주의' 입장을 더욱 공고히 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내놨다. 2021년 7월, 국회 입법조사처는 '메타버스의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메타버스는 게임과 다르다"라고 못을 박았다. 국내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법적 의미에 대해 의견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회 입법조사처는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기관이다. 그런데, 이런 입법활동 지원을 위한 공적인 기관에서까지 나서서 '메타버스'와 '게임'에 확실한 선긋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밝힌 게임과 메타버스의 차이점은 3가지다. 

< 차이점 1 > 이용자가 해야 할 일이 사전에 프로그래밍되어 있지 않고, 본인과 다른 사람의 결정에 따라 달라지는 개방형 구조라는 점 

< 차이점 2 >  본인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가상세계는 종료되지 않고 지속된다는 점 

< 차이점 3 > 가상세계는 처음으로 리셋되지 않는다는 점

등 3가지를 들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메타버스에 대한 판단은 "사람이 아바타를 조정한다는 점에서 메타버스는 게임과 비슷하지만 결과적으로 게임과 메타버스는 다르게 봐야 한다."로 요약된다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국회 입법조사처의 결론은

메타버스는 게임과 비슷하지만 다르다 (!?)


는 것인데, 이게 과연 무슨 소린가?


우선, 국회 입법조사처가 든 첫 번째 차이점인  '이용자가 해야 할 일이 사전에 프로그래밍되어 있지 않고, 본인과 다른 사람의 결정에 따라 달라지는 개방형 구조라는 점'에 대해 따져보자. 이 <차이점 1> 은 다시 둘로 나눠서 짚어보자.


차이점 1-1.  이용자가 해야 할 일이 사전에 프로그래밍되어 있지 않고
차이점 1-2.  본인과 다른 사람의 결정에 따라 달라지는 개방형 구조라는 점



2. 메타버스, '할 일'이 사전 프로그래밍 안되었다고?


차이점 1-1 '이용자가 해야 할 일이 사전에 프로그래밍 되어있지 않다'는 의미를 짚어보자. 아마도, 메타버스는 게임과 달리 '미션'이나 '퀘스트'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차이점으로 내세운 듯해 보인다. 그런데, 과연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메타버스가 게임 속의 '미션, 퀘스트'같은 '할 일'이 사전에 프로그래밍 되어있지 않았을까? 


메타버스의 성공 교과서로 추앙받는 '로블록스'에서 '이용자가 해야 할 일'이 있는지 없는지 보자. 로블록스에를 플레이하는 이용자는 '로벅스'라는 재화를 얻어야만 한다. '로벅스'는 대표적인 게임화 요소(메커닉스)인 '포인트'다. 로블록스라 부르고 있는 메타버스에 접속한 이용자들이 할 일은 바로 '포인트'이고, 이 포인트를 획득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있다.


그게 아니라, 메타버스 이용자의 '자유도'가 게임의 그것보다 훨씬 높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메타버스-게임 분리주의자들의 이 주장도 궁색하다. '로벅스'를 벌기 위한 로블록스 내 '미니게임' 제작에 열을 올리게 '프로그래밍'되어 있을 뿐이다. 이용자가 로벅스를 획득해야 하는 '할 일'을 돕는 도구가  '미니게임'제작 툴 일 뿐이다. 


좀 더 살펴보자. 최근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지역기반 메타버스'라 불리는 < 디센트럴랜드 > 나 < 메타버스 2 >는 어떤가?  해당 지역의 "땅"을 구매하고, 그 땅 위에 빌딩도 짓고 상점을 오픈하는 형식이다. 이른바 '부동산게임'의 전형이다. 사용자의 '해야 할'일이 명확하게 "프로그래밍"되어 있지 않은가? 

지역기반 메타버스의 대명사 <디센트럴 랜드>의 이용자는 '땅'을 사야만 하는 '할 일'이 사전 프로그래밍 되어있다.


그렇다. 부동산 메타버스라고 불리는 유형에서 이용자가 '해야 할 일'은 수만~수십만으로 나뉜 '땅의 조각'을 획득해야만 하는 분명한 '할 일'이 있다. 이 서비스를 개발 운영하는 회사는 이용자가 '해야 할 일'을 사전에 면밀히 '프로그래밍'해뒀다는 것은 반박불가다. 


국회 입법사무처에서 주장하는 "메타버스와 게임은 다르다"라며 제시한 '차이점 1-1'은 시작부터 오류 투성이다.


 

3. 메타버스 only '개방형 구조'인가?


차이점 1-2. '본인과 다른 사람의 결정에 따라 달라지는 개방형 구조'라는 차이점이 있다고 발표했다. 마치 메타버스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이 말에 100% 끄덕이게 된다. 그런데, 메타버스만 '개방형 구조'란 말인가? 


메타버스만 '개방형 구조'가 아니다. 아이들의 '메타버스형 게임'* 으로 < 로블록스 >와 < 제페도 > 가 있다면, 어른들을 위한 메타버스형 게임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미 게임 장르 중, "샌드박스"장르가 엄연히 존재한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돌풍을 일으킨 샌드박스 게임 < 심즈(Sims) >는 개방형 구조의 화석 격이다. < 심즈 >는 오로지 "살아가는(生) 게임"이다. 인류의 일상을 시뮬레이션(simulates the lives of people)하는 샌드박스 장르의 게임이다. 1989년 발매되었던 < 심시티(Sim City) >의 계보를 이어 2000년에 < 심즈 >** 가 발매 및 서비스되어오고 있으며 3억 명 이상 즐기고 있다. '심(Sim)'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는 이미 30년이 넘었다. 


2000년 발매된 샌드박스 게임의 대명사 < 심즈 >는 MoMA의 예술작품 컬렉션으로 전시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개방형 구조'라는 말을 왜 쓰고 싶은 것인지 의도는 어렴풋하게 짐작된다. 하지만, '게임'이야말로 "개방형 구조"의 선구자다. 그런데, 이 '개방형 구조'에서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상호작용성'이다.


메타버스-게임 분리주의자들은 "본인과 다른 사람의 결정에 따라 달라지는" 즉, '상호작용성' 특질을 들어 메타버스와 게임을 확실히 분리하고 싶어 한다.  게임이야말로 태생부터가 "본인과 다른 사람의 결정에 따라 달라지는" 상호작용성이 가장 강력한 특징을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다. 게임의 상호작용성에 대해서는 책 한권으로도 설명이 부족하다.



4. 메타버스라는 '가상세계'는 '종료'되지 않는다고?


차이점 2.  본인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가상세계는 종료되지 않고 지속된다는 점을 들어 메타버스가 게임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말이다.  100일 전 필자는 < 오딘:발할라 라이징 >에 열심히 '참여'하였다. 그런데, 이러저러한 이유로 지금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어떤까?  < 오딘 >이라는 게임은  '본인(필자)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가상세계는 종료되지 않고 지속'고 있으며, 2021년 현재 국내 1위를 달리고 있다(2023년 현재도 상위권이다). 그렇게 되면, < 오딘 >은 메타버스인가 아닌가?


초창기 열심히 참여하던 < 오딘 >. 지금은 참여하지 않더라도 오딘이라는 가상세계는 계속되고 있다.


그 뿐만이랴. 필자는 1998년에  < 리니지 > 베타테스터였다. 시작한 지 몇 달 후부터 참여하지 않았다. 25년이 지난 지금도 '리니지 월드'라는 '가상세계'는 종료되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 리니지 >는 메타버스인가 아닌가? 게임을 좀 해본 독자라면, 메타버스와 게임의 <차이점 2>에 동의하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5. 메타버스라는 '가상세계'는 '리셋'되지 않는다고?


차이점 3. 가상세계는 처음으로 리셋되지 않는다는 점을 차이점으로 들며 메타버스-게임 분리주의에 힘을 싰고 있다.


이건 도대체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하기 어렵다. 대체 '미치지 않고서야' 어떤 상용서비스를 '처음'으로 '리셋'한다는 말인가. 메타버스만 아니라 세상의 그 어떤 상용 콘텐츠 서비스도 특별한 이유 없이는 리셋되지 않는다. 대다수의 온라인 게임은 수년에서 수십 년간 '리셋'없이 업데이트되고 있다.


얼마 전 '페이스북'의 6시간 셧다운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아시다시피 페이스북은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의 대명사다. 그 몇 시간의 셧다운 시간 동안 7천만 명은 '메타버스 난민'이 되어 이탈했다. 과연 언제까지 페이스북이 '리셋'되지 않고 운영될 거라고 100% 자신하는가?

라이프로깅형 메타버스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의 6시간 먹통으로 7천만 명이 이탈했다. 


   

지금까지 이상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메타버스'의 기현상을 다루었다. 다음 글에서는 메타버스의 본질과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다. 





* '게임'형식을 지닌 '메타버스'콘텐츠(또는 플랫폼)를 '메타버스형 게임'이라 불러야 한다고 본다. '메타버스 게임'은 마치 '역전앞'처럼 '중언부언'하는 격이니 말이다.


** 2000년, 발매된 심즈(Sims)의 작품성과 예술성을 높이 평가하며, MoMA(The Museum of Modern Art)는 '게임예술'작품 컬렉션으로 선정되어 전시되고 있기까지 하다.
 https://www.moma.org/collection/works/162461 

이전 07화 이상한 나라의 메타버스, 'MS·페이스북' 동상이몽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