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덥고 밤엔 추운 어느날, 한 소시민으로 부터
오늘은 청유(請誘)의 내용을 짓고 있으니 경어(敬語)로 씁니다.
날이 밝고 달달합니다. 지금, 나가주세요.
돌아보면 기억에 남는 일들은 밤새워 일을 했던 것도, 머리끈 동여 메고 공부했던 일도, 성과를 내서 기뻤던 일들도 아닙니다. 기억이 난다고한들 흐릿합니다.
무릎 탁! 치고 베실 베실 웃음 지을 만큼 아름답고 선명한 기억은 ‘누군가와 함께 했던’ 기억입니다.
밤늦게 까지 일하다 동료와 함께 탈출하여 소주와 곁들인 곱창이고, 신께서 음식 씹으라고 주신 저작근(masticatory muscle, 씹기근육)을 십분 활용해 나를, 우리를 힘들게 했던 이들에 관해 왁자지껄 떠들었던 일, 차오르는 스트레스 주체하지 못해 떠났던 그 밤, 가족과 손잡고 바라본 밤바다였습니다.
주변을 잠시 둘러보면, 장에 나가서야 볼 수 있는 생선 마냥 토막 난 주식에, 주마다 ‘열심히 일해’가 당첨되는 복권, 오늘 저녁 뭘 먹지가 아닌 ‘도대체 앞으론 뭘 해 먹고살지?’랄지 하는 요망하고 그릇된 것들이 그득그득합니다. 저도 날마다 ‘씁씁후후~’하고 삽니다.
그래요. 나가야지요.. 떠나야지요..
어차피 이런 것들 결국 흐릿해질 겁니다.
경험이 그랬고, 잠시 가슴에 손을 얹어보니 제 마음이 그리 말하고 있으니 또 맞을 겁니다. 아니면 뭐 소주에 곱창 한번 곁들이면 될일 입니다.
센츄리온(깃 달린 투구 쓴 로마 군인) 아저씨가 그려져 있는 양키 카드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나가는 김에 물 한번 건너보려고, 물 건너 나가보려는 의지가 박약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물 한번 건너려면 포인트 축적이 첫걸음이라 배웠습니다. 암요.
날이 밝고 달달합니다.
낮엔 덥고 밤엔 춥고, 특히나 마음이 춥다고 변명하지 말아 주세요. 갈려고 마음먹으면 날이 밝고 달달 한 겁니다.
어차피 흐릿하게 지나쳐버릴 일들에 목숨 걸지 마세요.
우리, 가성비 있게 기억을 쌓아보자구요.
이게 남는 장사예요.
가족과, 동료와, 친구와 콧바람 쐬면 그게 다 남는다니까요.
아, 몰라요. 산으로, 들로, 물 건너로 나가주세요.
야야,
내가 나이 먹어보니까
아웅다웅
악착같이 사는 거
다 부질없더라
돈 버는 것도 좋은디
젊었을 때
추억을 많이 쌓아와야 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꽃놀이도 많이 다니고
맛난 것도 많이 먹어
이 빠지고 다리 아프면
하고 싶어도 못해
너 그러지 마러
행복한 추억들 많이 쌓아 놔
그래야 늙어서도
“그때 좋았는디”하면서
웃으면서 살 수 있는 거야
너 늙으면
무슨 재미로 사는 줄 아냐?
옛날 생각하면서
사는 거여 젊었을 때
추억 덕분에 살아지더라
- 책 <있는 그대로 살아도 괜찮아> 중에서 -
//F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