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행위'의 의미
늦은 밤 책장에 활자로 세겨진 낱말이며 글 한 줄 한 줄을 머릿속에 담는다.
담다 보면 오늘의 내가 느껴진다.
어젯밤 알게 된 것을 오늘은 잊기도 하고, 문득 떠올라 오늘 담은 이야기에 한 줄 의미를 더해 주기도 한다. 그렇게 밤이면 한 장 한 장 넘기는 종잇장 내음이 살갑다.
한낮의 태양이 하늘의 지붕 위에 있을 때, 나는 삶 속에 내가 있음을 잊는다.
한낮의 속 시끄러운 모든 것들에 그만 홀려 버린 탓일까.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숨이 내 폐부를 오가고 있다는 자각은 늦은 밤 활자들과 낱말들을 호흡할 때 문득 찾아온다. 한 발치 물러서 곰곰이 곱씹는 이 시간에 비로소.
늦은 밤 활자로 세겨진 낱말이며 글 한 줄 한 줄 머릿속에 담는다.
오늘 담은 것이 내일의 나에게 무엇을 남길지와 그것이 당장 어떤 의미인지보다 이 찰나의 감흥이 이 행위의 이유일 테다.
사라질 것이 아니면 담지 않는다.
담아도 사라지니 내일은 또 내일의 내가 산다.
그럼에도 우직하게 한 줄 한 줄 담아내는 것은 그것이 오늘의 내가 숨 쉬고 있음의 보증이기 때문이다.
밤은 깊고, 나는 숨 쉬고, 책장 내음은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