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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림 Jun 02. 2022

그림 그릴 준비 해볼까요

나를 위한 그림 그리기 1

주말을 앞둔 금요일. 일단 기분이가 좋습니다. 한 주 마무리를 앞두고 있으니 마음도 한결 가벼워요. 저도 이번 주말에는 밀린 집안일도 하고, 업무도 쪼금 하고, 근교에 나가려고요. 근처에 괜찮은 카페가 있다는데 고즈넉하니 커피 한 잔 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토요일 저녁이면 그림을 그립니다. 평일엔 오롯이 작업에만 집중하기가 쉽지 않아서요. 오랜 시간 집중해서 그려야 하는 것들 위주로요. 저는 아무리 노력해도 멀티태스킹이 잘 안 되던데 그런 면에서 세상 모든 부모님들은 히어로가 아닐까.



그림 그리는 시간이 주는 특별한 경험,
고요함



그림 그리는 시간, 우리는 고요함을 경험할 수 있어요. 마음의 고요함이요. 그리는데 몰입하다 보면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도 음소거가 되고 어느 순간 나 자신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어떤 대화를 하냐고요? 꼭 그림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생각의 흐름을 좇아 오늘 기분은 어땠는지, 있다가 야식은 뭐 시킬 건지, 그 와중에 왜 이렇게 안 그려지냐며 짜증도 내고, 옛날 생각에 사로잡혀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새벽이면 슬쩍 졸기도 해요. 푹 빠져있다 보면 어느새 새벽인데 내일은 일요일이니까 밤샘 작업을 해도 괜찮죠.


이제는 학부 시절과 달리 밤샘 후 여파가 상당한데 그래도 저는 그림이 주는 고요한 시간을 즐기는 편이라 종종 새벽까지 그리곤 합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얻어갈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지만 그중 하나를 꼽자면 단연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럼 이 시간만큼은 나를 위해서
그림 그릴 준비 같이 해볼까요?




1. 취저 플레이리스트

제 세대가 드러나는 선곡이 아닌가 싶은데요. 저는 연식 있는 노래 좋아해요



2. 각종 연락으로부터 OFF

온종일 확인하던 핸드폰도 잠시 Bye




 3. 사용할 법한 재료 늘어놓기

종이라든지, 붓이라든지




4. 마지막으로 스트레칭 쫙, 심호흡 한 번 후

준비 끝. 엄청 쉽죠?




Q1. 근데 그림 그릴 재료도 필요하지 않아요?


맞아요! 저 학교 다닐 때도 미술 준비물이 제일 많았었는데요. 아이들 이야기 들어보니 준비물 많은 건 여전한 것 같아요. 가끔 학부모님들도 학교에서 이것 준비해오라고 했는데, 뭘 사야 할지 모르겠다며 문의하시기도 해요. 아니 그냥 화방 가서 사면 되는 거 아냐? 이렇게 물어보실 수 있는데 재료를 처음 구입하시려고 하는 경우에는 생각보다 까다로울 수 있어요.


화방에 가보면 기초 연필 하나 사는데도 많은 선택지가 있어요. 톰보우, 파버카스텔, 스테들러, 더존, 문화, 프리즈마 등 여러 브랜드가 있는데 가격도 특징도 각기 달라요. 브랜드를 골랐다면 이제 연필의 연하고 진한 정도를 선택해요. H는 연필심이 연하고 단단한 정도를 말하는데 숫자가 커질수록 연한 선을 표현할 수 있다고 보시면 되고, 반대로 B는 진하고 무른 정도를 말해서 숫자가 커질수록 진한 선을 표현할 수 있다고 보시면 되어요. 미술 용지 역시 수채화지, 판화지, 유화지, 드로잉지, 스케치북, 색지 등으로 나뉘는데 각기 세분화되어 사이즈, 그램 별로 달라져요.(종이도 무게가 있어요.) 연필이랑 종이 하나 사는 게 뭐가 어렵나 싶었는데 많이들 쓰는 재료인 수채화 물감, 붓, 팔레트, 물통 모두 위처럼 브랜드 별로, 가격과 특징이 천차만별 이어서요. 내게 맞는 재료를 구입하려면 이것저것 비교해보고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요. 흑.



 Q2.  너무 어려워요…… 너튜브서 미술 재료 추천해주던데 그걸로 사면 어떨까요?



맞아요. 어려워요. 하나하나 다 써보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도 꽤 많이 들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모두 갖춰놓고 시작하려다 보면 오히려 즐거움을 놓칠 수 있어요. 이렇게 되면 재료 사려다 힘이 빠지고, 처음부터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으니까 부담되고, 나랑 맞지 않는 것 같다는 결론이……


저는 재료 욕심이 있어서 추천해주시는 것들 묻지 마 구입하곤 했었는데 나중에 사용해보고서 후회한 경우가 많았어요. 재료 자체는 검증해주신 거니 좋을 테지만 제가 그리려는 그림이나 스타일에 맞지 않는 경우 사놓고 집에 모셔두게 되어서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처음 집에서 취미 삼아 그림 그리려는 분들이라면 집에 있는 재료 100% 활용하시는 것 추천해드립니다. 연필도 미술 전문가용 필요 없어요. 사무용으로 쓰던 모나미 검정 펜도 좋아요. 필통에 있던 필기도구 중 내 맘에 드는 걸로  쓱 꺼내 봅시다. 종이로는 집에 굴러다니는 줄 공책, 어제자 신문, A4 용지 사용해보세요. 요즘은 패드 많이 갖고 계셔니 디지털로 그리셔도 좋아요.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면 좋은 재료 없이도 집에 있는 걸로 그리거든요. 종이 말고 벽이나 바닥, 심지어 소파에도 그려서 문제지만요. 누가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싶다면 없는 재료도 만들어서 그리면 된단 걸요. 가볍게, 즐겁게, 빠르게 접근하시길 추천합니다.


집이 화방이에요



재료보다는 환경,
환경보단 마음 준비



- 정말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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