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첫 번째 몰기

1년 만에 이뤄낸 5시 5중

by 청윤 단남


2022년 10월 14일 (임인년 경술월 경자일).


지난 10월에 활쏘기를 배우기 시작한 후 1년 만에 처음으로 '몰기'를 했다.

*몰기: 국궁에서는 사대에 서면 한 번에 5발씩을 쏘는데, 이때 모든 화살을 다 명중하는 것을 몰기라고 한다. 몰기를 하면 활터에서는 활을 제법 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차원에서 '접장'이라는 칭호로 불리게 된다. (사실 몰기를 안 해도 서로 접장이라고 부르는 게 활터의 예절이다.)


몰기를 하는 시기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1년 동안 지켜본 결과 빠르면 2~3개월 만에 하시는 분들도 봤고, 늦으면 나처럼 1년이 다 되어서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나는 활을 배우고 나서 5~6개월쯤 됐을 시점에 전통 사법을 지향하는 '발여호미' 혹은 '온깍지' 사법으로 쏘고 싶어서 궁체(활 쏘는 자세)를 완전히 바꾸느라 더 늦어진 점도 있다.

그 날의 기록. 왼쪽은 1번째 2번째라는 뜻. 오른쪽의 中 자가 명중을 표기한 것. 맨 우측은 그 합산이다. (예: 첫 번째에 쏜 화살은 5발 중 1번째, 3번째 화살이 맞은 것)


이날은 무슨 활의 신이라도 잠시 깃들었다 갔는지 평소보다 훨씬 과녁에 잘 맞았다.


소름인 것은 실제로 그날은 경자일(庚子日)로,

나에게 '천을 귀인'에 해당하는 글자인 '자(子)'가 들어온 날이었다는 것이다.


그분이 오신 게지.


2번째 순(巡)에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4발이 연달아 맞았다.


3발 맞을 때까진 '오늘 좀 잘 맞네' 정도였는데, 4발이 맞자 갑자기 심장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오늘인가..!'


하지만 아쉽게도 살짝 흥분을 해서인지 화살이 가운데로 잘 갔으나 거리가 모자랐다. 오늘은 날이 아니겠거니 했다.


마음을 비워서일까.

다음 순에도 갑자기 4발이 연달아 맞았다.


지난번에 한 발 놓친 것이 아쉬우셨던지 옆에 계시던 선배 궁사들께서 긴장 풀라고 농담도 던지며 분위기를 풀어주셨다.


덕분에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집중력을 끌어올려 5번째 화살을 날려 보냈고,


결과는 명중이었다.


겸허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과녁에 대고 90도 인사를 했다.


국궁을 배우는 궁사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마음에 품었을 첫 목표,


첫 몰기를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애초에 활을 배우기 시작한 계기가 마음 수련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평소에도 과녁에 맞고 안 맞고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활을 쏜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과녁을 보고 있는 한, 결국 그 욕심을 100% 내려놓기란 쉽지 않다.

특히, 나보다 늦게 배우신 분들이 나보다도 훨씬 빠르게 몰기를 할 때 신경 쓰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게다가 남들이 하지 않는 자세로 활을 쏘니 주변에서는 괜히 그것 때문에 잘 안 맞는다는 말을 듣기도 했었고,

나 역시 주변 분들과는 다른 자세로 쏘는지라 어려울 때 활터 내에서 조언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결국 꾸준히 정진하면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는 것을 다시금 배웠다.


나보다 먼저 가는 사람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애초에 그들과 나는 다른 사람인 것을.


삶도 그렇지 않을까.

우리 각자는 그저 각자의 앞에 놓인 길 위에서 자신만의 걸음을 우직하게 걸어 나가면 된다.


그뿐이다. 그거면 된다.



멈추지 않는 이상
얼마나 천천히 가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자



몰기를 처음 한 궁사는 활터 사람들에게 한 턱 쏴야 한다.


동네 근처에 맛있는 떡집을 물색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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