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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단남 Aug 21. 2023

癸卯년 庚申월 세 번째 기록

[주간단남] 8월 3주차


[주간단남] 시리즈에서는 제가 매일 아침 50분 가량 글명상을 했던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고 나누고 싶은 내용을 공유합니다.

발췌한 문장들은 제가 적었던 문장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맞춤법 오류, 비문 등 많을 수 있음)

굵은 글씨로 표시한 문장은 제가 새롭게 깨달았거나 꽂혀 있는 '생각'을, 밑줄 친 문장은 '행동'이 필요하다고 느낀 부분을 표기했습니다.



무의식은 언어적 표현을 통해 의식적인 것이 될 수 있습니다.

페터 비에리, <자기결정> 中






23.08.14 (월)


(..)

요즘 아침 시간과 거리를 두나. 휴가는 이틀을 다녀왔지만 어영부영 일주일을 휴가 보내듯 보낸 것 같다. 여전히 쉼에 있어 각박한 스스로를 발견하곤 한다. 

휴가라고 하려면 최소한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은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휴가라는 것이 갖는 의의를 생각해 본다면 말이다.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하고 싶던 것을 해 볼 자유, 의무에서 벗어나 머릿속 미뤄뒀던 내적 고민과 마주할 자유가 있다. 


그런 자유는 여유라는 시간 속에서만 꽃피울 수 있다. 몸이 바쁘면 정신이 쉬고, 몸이 편안할 땐 정신이 눈을 뜬다. 그러나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대부분은 몸과 마음이 모두 바쁘고 정신이 없다.

(..)

깨어남과 깨어나지 않음의 차이조차 자유의지가 아니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싶기도 하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은 것도, 주는 것도 모두 일어날 일이었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늘 계획이 있는 우주의 뜻에 따라 우리는 그 임무를, 각자 삶이라는 것에 부여된 소명 같은 것에 순응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자유의지'나 '주체성'이라 부르는 그런 자유로운 느낌, 매우 자연스럽고 편안한, 내 옷을 비로소 찾아 입은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23.08.15 (화)


(..)

오늘은 광복절. 잃어버렸던 나라를 되찾는 감정은 어떠했을까. 우주의 관점에서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기 마련이듯 광복 역시도 필연적 사건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침이 올 것을 알아도 유난히 깊고 어두운 밤이 있고, 봄이 오기 전 유난히 매섭고 혹독한 겨울이 있을 때가 있다. 광복을 기다리던, 독립을 기다리던 우리 선조들의 마음은 얼마나 고통스럽고 또 그만큼 간절했을까. 그렇게 피와 눈물로, 목숨을 내던져가면서까지 지켜낸 이 나라는 지켜낼 가치가 있었다고 여겨질 만큼 그들에게 떳떳한가? 하고 물으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을 꺼내기가 어렵다. 그건 각 개인에게도 해당하는 물음이 된다.

(..)

그런 생명의 잉태와 양육이라는 영광 속에 태어난 우리 모두는 그런 창조의 결과물로서 세상과 어떠한 유기적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가? '유기적'이라는 말속에 이미 '살아있음'이 반영되어 있다. 단순히 숨을 쉬고 있어서 살아있다 말하는 게 아니다. 

기계처럼 사는 게 아닌, 생명체로서 살아가는 것. 밤낮없이 늘 쫓기거나 혹은 늘 우울하거나 무기력하지 않고 빛나는 눈빛을 잃지 않고 있는지. 미소와 감사와 사랑을 언제나 지니고 사는지. 즐거움을 추구하고 여유를 잃지 않고 있는지. 살아있음이란 그런 것들을 잃지 않고 사는 것이다.




23.08.17 (목)


(..)

블로그 운영의 주제들 중 하나는 반드시 침뜸에 관한, 더 나아가서는 기의 흐름이라는 경락에 관한 이야기를 적어봐야겠다. 그간 나는 혈자리를 인터넷에서 찾는 게 너무 불편했는데 인터넷을 찾아봐도 '아, 여기로구나!' 싶은 혈자리 위치 정보를 쉽게 찾지 못해 아쉬웠다. 

(..)

브런치 글쓰기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겠다. 내가 지금 거기에 시간을 상당 부분 할애할 때가 맞나? 그런 때를 논하기 전에 내 마음이, 영혼이 동하는 행위인지 물어봐야 한다. 지금 주저하며 의욕이 일지 않는 건 영혼의 목소리인가, 검열관의 목소리인가? 

이건 그저 내가 결정할 문제다. 나의 생각과 감정은 나의 주체적 선택에 따라 싱크(Sync)를 맞출 따름이다. 하기로 했으면 그냥 해보자. 하기로 선택한 당시의 '나'는 분명 다 계획이 있었을 것이다. 하기로 했다면 남은 건 어떤 것이 지금 이 시점에서 효율적인 자원 배치가 되느냐이다. 

지금 나는 자꾸 '이럴 때인가?'라는 검열관의 속삭임을 감지하곤 한다. 그것은 조급함의 발로다. 행동할 의욕과 에너지가 이끄는 대로, 마음을 편히 먹고 따라가 보도록 하라. 그런 때, 저런 때 같은 건 없다. 다만 내 기운들이 흐름에 있어 자발성과 즐거움과 의욕과 열정. 그것들을 기반으로 하는지를 볼 일이다.




23.08.18 (금)


(..)

그저 교환하면 해결될 것들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지는 말자. 어떤 물건이든 결국 그 주인의 운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나의 운을 믿자. 그리고 후천적으로 내가 보완하여 더하는 기운을 믿자. 그리고 중요한 또 한 가지. 삶의 모든 경험들은 나를 더 성장하고 나아가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 가장 낮은 비용과 대가를 청구하며 일어나는 것이라는 걸 기억하자.

무림정에서 열리는 남양주시장기배 활쏘기 대회가 목전에 다가왔다. 마지막까지 준비에 만전을 기하되, 집착하거나 두려워하거나 하는 등 재미와 즐거움을 잃어버리지는 말자. 그러다 보면 초심을 잊는다. 좋아, 이 초심을 잊지 않으려는 자세를 국궁 에세이에도 기록하자.

(..)

나는 인간에게 보이지 않는 기운이 있다고 믿는다. 이건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이 먼저 찾아내기 이전에 이미 인간이 감지하는 직관의 영역이며, 실은 이와 같은 영역의 존재를 감지하는 과학적 도구들은 이미 나와있다. 그것이 대중의 관심을 얻어 돈벌이가 되지 않으니 알려지지 않아 사람들이 잘 모를 뿐. 

(..)

배움의 목적은 각성과 성장이요 그것의 최종 목적은 순환과 상생에 있다.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이듯 배움이 일정 수준 이상에 다다르면 필시 다른 곳을 보고 그 배움을 퍼뜨리는 '이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SNS나 인터넷상에 자신이 배우고 아는 바를 전시처럼 올리며 그것을 따르지 않을 시 겪는 불이익을 올려 불안함과 공포심을 조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자신들은 이미 노아의 방주에 탑승하여 망조가 낄 세상을 다 대비했다는 듯 다른 이들을 자신의 발아래로 보는 자들. 

그들이 정말 그런 곳에 위치해 있다면, 그리고 진짜 배우고 각성한 자라면 발 벗고 나서서 한 사람이라도 더 태우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닐까? 물론 그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자들까지도 끌어안기는 어렵더라도 말이다. 

군자의 덕을 생각해 본다. 언제나 부드럽지도, 그렇다고 늘 강직하지만도 않은 경계선 위에서 군자의 덕은 형성된다. 그것은 고정된 지식이 아니라 살아있는 지혜다.




23.08.20 (일)


(..)

아~~주 오랜만에 맞이하는, 동도 채 트기 전의 깊은 고요의 시간. 입추가 지났어도 아직 대지의 지열과 매미소리가 채 가시지 않은 요즘임에도 지금은 매미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만이 다가올 하루의 시작을 미리 감지한 설렘과 흥분을 느끼게 만든다. 하루가 시작되는 양기가 충만한 시간. 


비록 그 시간의 끝자락이지만 잠시나마 봄의 새싹이 언 땅을 뚫고 나오는 기상을 닮은 강력한 생의 기운을 한껏 받아본다. 그래 이 점 때문에라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단순히 아침 일찍이라서가 아니라 생의 리듬에 맞는 가장 건강하고 자연에 가까운 패턴이기 때문에 좋은 것 아닐까 싶다.


(..)

자동차에는 좋은 휘발유와 엔진오일을 넣으려고 하면서 스스로의 인체에는 왜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을, 그것도 돈도 들지 않고 자연에서 무상으로 공급하는 그런 에너지를 흡수시켜주지 않는 거지? 그걸 생각하면 그간 소홀히 대한 내 몸에, 그리고 마음에게 미안해진다. 그럼에도 묵묵히 자신이 처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의 기량을 발휘하려 애써줬을 것이 고맙고 또 갸륵하다.


(..)

숨을 싶게 마시고 천천히 내뱉어 본다.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데는 심장소리에 귀 기울이고 호흡의 이동을 느껴보고 맥박의 태동의 리듬을 느껴보는 것이면 충분하다. 그것들을 확인하는 '의식'을 치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밀려와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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