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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단남 Oct 16. 2023

癸卯년 壬戌월 두 번째 기록

[주간단남] 10월 2주차

[주간단남] 시리즈에서는 제가 매일 아침 글명상을 했던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고 나누고 싶은 내용을 공유합니다.

발췌한 문장들은 제가 적었던 문장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맞춤법 오류, 비문 등 많을 수 있음)

굵은 글씨로 표시한 문장은 제가 새롭게 깨달았거나 꽂혀 있는 '생각'을, 밑줄 친 문장은 '행동'이 필요하다고 느낀 부분을 표기했습니다.



무의식은 언어적 표현을 통해 의식적인 것이 될 수 있습니다.

페터 비에리, <자기결정> 中






23.10.09 (월)


(..)

오늘은 한글날.

문자가 갖는 위대함은 인간의 생각과 개념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볼 수 있게 하였다는 점이다. 그것은 정보나 생각의 전달 및 교환이 반드시 생생한 현장에서 이뤄질 필요가 없도록, 시차가 발생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인류는 기록과 저장이 가능해졌고 무의식의 영역에 접근하지 않아도 손쉽게 정보의 장에 접속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가진 생각이나 느낌, 감정을 드러낼 수단은 비단 문자가 아니더라도 다양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단순하고도 명료하고 또한 체계적이고 일관된 것은 문자를 따라올만한 것이 없다. 가장 큰 건 분명한 규칙이 있다는 점이고 그에 따라 결과물도 비교적 일관성을 갖추게 되었다. 

저마다 필체가 다르거나 기록용 도구가 다르기는 하지만 문자의 근본적인 생김새, 조합의 규칙 등을 지킨다면 인식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이 그림, 음악, 몸짓 등의 다른 표현 수단에 비해 문자가 지닌 위대함이 아닐까.

(..)

게다가 한글은 단순히 혀의 모양새만 본뜬 게 아니다. 거기에도 음양오행의 이치가 녹아들어 있으니 얼마나 많은 연구를 했겠으며, 얼마나 내공이 깊고 혜안이 밝은 분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었을지 가늠이 어려울 정도다. 그런 민족의 후예로 태어난 것에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작은 나라지만 우리 안에는 뭔가 큰 기상이 담겨있음을 종종 느끼곤 한다. 그것은 나 스스로도 마찬가지겠지. 큰 생각을 품는 사람이 되자. 닭이 알을 소중히 품듯 그것이 부화할 수 있도록 뜨거운 가슴속에 그것을 가득 품고 살기를. 

그것의 크기와 모양이 어떻든, 모두가 가슴속에 저마다의 알 하나씩은 품고 살 수 있기를. 그런 세상이 오도록 늘 배우고 고민하고 연구하며 행동할 것이다.




23.10.11 (수)


(..)

간밤에 여전히 물질세계에 강한 집착을 일으키는 나를 경험했다. 꿈에서 차량을 분실한 것이다.

(..)

비록 꿈속이지만 너무 당황하여 온 정신이 그것이 어디로 갔는지에만 집중되어 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웃긴 건 심지어 그러다 중간에 잠에서 깨어, '아, 꿈이었구나.' 하고 다시 잤는데도 무슨 드라마 이어보기도 아니고 차를 잃어버린 그 상황이 꿈에서 다시 이어진 것이다. 나는 무력하게도 또다시 그 강력한 집착과 초조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잠시 목이 뻐근하여 스트레칭을 하고 왔다. 목에는 뇌와 우리 몸을 잇는 경동맥이 지나기 때문에 목, 어깨 주변을 늘 부드럽고 건강한 상태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물론, 그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의 마음에 대한 관리겠지만 말이다.

(..)

이슬아 작가의 결혼식 풍경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사람이야말로 자신만의 길을 창조해낸 자들에게 좋은 희망을 제시해 주는 인물. 삶이 예술이라는 말을 몸소 실천해 내는 진정한 예술가라는 생각이 든다. 삶은 예술이요, 우리 모두는 각자만의 삶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예술가이다.

개인은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그것은 그렇게 생각하는 소수의 진심 어린 자들에게만 전해지는 '천부적 특권.' 천부적이나 특권인 이유는 대다수는 세상이 그저 내게 주어진다는 수동, 피동적 사고를 철석같이 믿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세상이 작동하는 원리가 아님을 몸소 증명할 것이다. 그리고 내 삶이 다하기까지 보다 많은 이들을 패러다임의 대전환의 세계로 인도하고 싶다.




23.10.12 (목)


(..)

요새 꿈을 자주 꾼다. 마음이 정신이 없고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숙면을 취할 수 없게끔 내가 강하게 붙들어 매고 있는 생각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평정심에서 멀어졌단 얘기다. 이유가 무엇인지 찾기 전에 일단 나의 생활습관을 돌아보면 반드시 평안한 상태가 되어야만 할 타당한 모습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갈무리가 필요한 가을, 겨울철엔 보다 명료한 정신을 유지하는 데 더 각별히 신경 쓰도록 하자.

(..)

이유 없는 것은 없다. 뭔가가 일어나는 데 내 선에서 이유를 모르겠걸랑 그 이유를 알아내는 것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그걸 연구하는 것이 즐거운 게 아니라면 말이다. 끝날 일이 끝이 난 것이고, 떠나갈 사람이 떠난 것이며, 고장 날 것이 고장 난 것이다. 

모든 것은 필요에 의해서, 나의 필요가 아니라 우주의 필요에 의해서 일어난다. 그러니 마음을 비우고 그것들이 일어나는 것을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자. 삶의 '진짜' 주인이 되는 방법은 무대 위의 배우가 아니라 관객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거기에서 더 나아간 사람이 감독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가 배우를 꿈꾸고 심지어 감독 겸 배우까지 하려고 한다. 관객이 되어 한걸음 물러난 물리적, 심리적 거리감을 가져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감독이 될 수 없고, '훌륭한' 배우도 될 수 없다. 

(..)

어딘가에 파묻혀 연구를 하고 싶은 욕구가 인다. 북스테이라도 다녀오고 싶다.

아, 이것도 습관이다. 경험을 돈 주고 사야만 한다는 생각 말이다. 결과는 그냥 마음을 먹으면 지금 바로 그곳에서부터 펼쳐질 수 있다. 불충분한 의지나 각오를 외적인 환경의 변주로 채우려고 하지 마라. 그것은 근본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오래갈 수가 없다. 

올해 남은 3개월, 마음을 보다 차분하고 깊이있게 만들고 유지하는, 더욱 단단히 다져나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23.10.13 (금)


(..)

13일의 금요일이라 그런가. 꿈자리가 뒤숭숭하구나.

(..)

귀가를 하는데 양손에 무거운 쇠구슬이 사슬에 연결된 걸 짐처럼 들고 가고 있었다.

(..)

정신없는 꿈이었다. 그럼에도 내게 하루는 어김없이 주어진다. 늘 새로운 기회가 내게 주어진다. 매일 새롭게 리프레시 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가 되어버린 일들은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어찌할 수 있지 않은가.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열어보자.




23.10.15 (일)


(..)

새벽같이 일어났는데도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오늘은 어쩌면 커피가 생각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기호식품과 수혈(?) 식품 사이에 애매한 존재로 내 안에 커피는 각인되어 있다.

(..)

누군가의 감정에 책임감이나 부담감을 느끼는 건 좋지 않다. 그건 나나 그 당사자 모두에게 득보다 실이 더 크다. 

(..)

오늘 참가하는 활쏘기 대회에서는 요행이나 욕심을 바라지 말고, 의식을 단전에 두며 온몸에 기가 가득 찼을 때 비로소 시위를 놓는 그 미학의 경지를 느껴보자. 그리고 유려한 그 자세를 모두에게 보여주자. 아니, 뭔가를 꼭 보여줘야만 하나? 타인에게 나를 증명할 필요는 없다. 나는 그저 내 안의 기운을 겉으로 드러낼 뿐이고, 그 결과에 감응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을 발견하게 될 따름이다. 

스스로를 증명하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의도대로 무엇인가가 펼쳐졌느냐에 주목하라. 그것이 과정이든 결과든 간에 말이다. 주체성이 이끄는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오랜만에 인시..아니 묘시구나.. 몫 기운을 한가득 품은 새벽이 움트는 기운을 느껴본다. 그리고 그 기운이 내 몸에 가득 들어와 찰 수 있도록 호흡을 깊이 하며 단전에 나의 의식을 집중해 본다. 

현재에 의식을 집중하는 것이 다른 별다른 무언가를 즉시 제공하지는 않는다. 도파민과 가장 관련 없는 게 현존하는 행위 아닐까. 현존이 선사하는 것은 그냥 그 행위 자체요, 그 순간 자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없다. 그러나 그토록 단순한 것에 생각보다도 많은 신묘함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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