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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단남 Dec 25. 2023

癸卯년 甲子월 세 번째 기록

[주간단남] 12월 3주차

[주간단남] 시리즈에서는 제가 매일 아침 글명상을 했던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고 나누고 싶은 내용을 공유합니다.

발췌한 문장들은 제가 적었던 문장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맞춤법 오류, 비문 등 많을 수 있음)

굵은 글씨로 표시한 문장은 제가 새롭게 깨달았거나 꽂혀 있는 '생각'을, 밑줄 친 문장은 '행동'이 필요하다고 느낀 부분을 표기했습니다.



무의식은 언어적 표현을 통해 의식적인 것이 될 수 있습니다.

페터 비에리, <자기결정> 中






23.12.18 (월)


(..)

관계란 건 비이성적 지점이 발생하지 않을 수가 없다. 논리적 모순도 필연적이고 때로는 땡깡도 나타날 수 있다. 인간인 이상 누구나 자기 나름의 미성숙한 지점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걸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길 줄 알아야 한다. '왜 나만 넘겨야 해? 쟤는 안 그러는데?' 하는 생각이 있기에 그게 쉽지가 않은 것이다. 성숙한 인간으로의 문턱은 높다. 오히려 그럴 땐 상대를 모르는 사람,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해야 한다.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자기중심적인 행동들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내 사람이니 '내 기준'에 맞춰야 하고 '내 편'을 들어줘야 하며, '내 감정'에 집중하고 공감을 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반대는 생각하는가? 나 자신은 상대에게 어떻게 하고 있는지 돌아보는가?

내 감정은 오직 내가 케어하는 것이지 누가 옆에서 도와줄 의무가 있는 게 아니다. 세상 그 누구에게도 그걸 요구할 순 없다. 다만 요구하지 않아도 '고맙게도', '센스 있게도', 그것을 '자발적으로' 해주는 몇몇 '멋진'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개인 차원에서는 각자가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동시에 상대방에게 그런 의무를 부과하지 않아야 한다. 그게 성숙함이다.

상대를 바꾸려 들면, 혹은 상대의 행동에 지적을 하기 시작하면 관계는 반드시 파탄이 나게 되어있다. 우린 상대의 행동이 아니라 다만 나의 감정에만 집중해야 한다. 나의 감정의 서술이 내가 상대에게 전할 수 있는 유일한 관계 개선의 열쇠다.

(..)

장점과 단점을 저울질해가며 상대를 만나는 것은 결국 조건적으로 상대를 대하는 것이다. 그보다는 상대에게 A라는 특성도 있고, B라는 특성도 있음을 그냥 통합적인 시선으로 수용해야 한다. 그렇게 각자가 온전히 존재함을 인정할 때 비로소 자연스럽게 독립된 개체로서의 둘 사이에 고유한 기운의 교류가 일어날 수 있으리라. 오로지 그때만이 온전한 의미로서의 '관계'라는 칭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나를 비롯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그러한 자기 입맛 위주의 조건적 관계 맺음으로부터 해방되길 기도합니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 이미 그러한 지혜가 깃들어 있음을 깨닫게 해주소서. 매일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나기 위한 걸음을 멈추지 않게 하소서.



23.12.20 (수)


(..)

사필귀정. 모든 것은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쪽으로 흘러가게 되어있다. 다만, 그게 인간의 관점에서의 정의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일 뿐. 태양의 남중고도와 실제 체감하는 지열의 차이가 새기듯 우주의 순리를 인간이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에는 때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때가 많다.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자신에게 꼭 필요한 일이었음을 깨닫는 그런 순간들.

삶에서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저마다 내게 어떠한 메시지를 주기 위함이라는 것을 늘 잊지 않고 떠올린다면 나보다 더 큰 존재가 지닌 더 큰 밑그림의 일부라도 알아볼 수 있는 재간이 생기지 않을까. 그러니 그것이 무엇이든 내 안에 꿈틀댄다면 우려는 잠시 접어두고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자. 행진하는 군인처럼 어깨를 펴고 위풍당당하게. 길은 절로 나타날 것이다. 진심으로 그 자체를 즐기며 의심 없이 나아가기만 한다면 말이다.

그럴 때 사람에게선 형언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어떤 에너지가 피어난다. 그것이 유인력이 되어 좋은 사람들과 좋은 기회들이 찾아온다. 꽃으로 치면 향기가 은은히 퍼져나가 천리, 만리 밖에서까지 벌과 나비가 찾아드는 것과 같다. 때로는 벌, 나비가 되고 때로는 꽃이 되어라. 때로는 태양빛이 되고 때로는 비옥한 토양이 되어라. 그때그때 주어지는 내면의 나침반은 이 세상에서 조화롭게 살아가게 해주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리듬을 체득하게 해줄 것이다. 

그러니 삶을 통제하려 하지 말고 내려놓아라. 삶을 통제하려거든 확실히 하라. 계획하지 않은 만남, 기회, 행운은 모두 거부하고 횡재수가 생겨도 모두 사회에 환원하라. 예상치 못한 선물은 모두 되돌려 주어라. 통제하려거든 이득도 자신이 계획한 것만 취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가능한가? 그럴 의지가 있는가?

통제도 하고 싶고, 뜻밖의 행운도 고맙게 받아들이고 싶다면 그냥 삶이라는 것 자체로 모든 것을 끌어안아라. 계획을 세우고 준비는 하되 그대로 되어야만 한다는 강박에 휩싸여 주변을, 스스로를 괴롭게 만들지 마라. 늘 되물어라. 지금 이게, '자연스러운지' 말이다. 마음이 편안하고 마치 스스로가 자연의, 우주의 일부가 된 것 같이 배경에 녹아드는 듯한 기분에 머물고 있는지 살펴라. 흐르는 물이 되어라. 물이야말로 노자가 말했듯 참된 '도'가 무엇인지를 가장 잘 보여준다.




23.12.21 (목)


(..)

할 일이 있고 나 역시 내가 그 일을 할 적임자란 생각이 들 때 사람은 아침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하지 않는다. 혹은 본인이 정말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있다거나. 


(..)

세상에 ~을 위한 공식 같은 것은 없다. 우리가 접하는 거의 모든 것은 어떤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결과론적인 경험담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이 최소한 참고할 만한 공식이 되려면 상당한 기간에 걸쳐,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관된 결과를 도출해 내야 타당성을 얻는다고 할 수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삶에서 우리는 그저 겉보기에 누군가의 화려한 이력이나 그가 달성해낸 것만을 보고 덜컥 그에게 신뢰감을 느낀다. 그것이 증명된 것이라 여긴다.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두 세명 정도만 보여도 자신이 귀납적 증명이라도 해냈다는 착각에 빠진다. 그 두 세명이 우연히 같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입을 맞춘 카르텔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고려하지도 못한 채.


(..)

시간을 낭비한다는 것은 무언가 생산적이지 않은 행동을 한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능력과 에너지를 마땅히 써야 할 곳에 쓰느냐의 여부가 낭비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일 따름이다. 내가 해야겠다고, 혹은 하고 싶다고 느끼는 것이 있다면 기꺼운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 시간 낭비 없는 삶이다. 마음이 편안하고 즐겁고 뿌듯한 상태, 언행이 일치되고 몸과 마음이, 영혼이 일치된 상태. 그게 낭비 없는 삶, 길을 잃지 않는 삶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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