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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단남 Feb 15. 2024

봄 냄새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벚꽃보다 활이라네

지금은 새해 첫 날을 1월 1일로 보는 게 일반적이지만 명리학에서는 주로 입춘(入春)을 한 해의 시작으로 본다. 입춘이 갖는 의미를 느껴보는 습관은 명리학을 공부하든 하지 않지 않든 과거에는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일운 일이었다. 집집마다 대문에 '입춘대길入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이라는 입춘방을 써붙이며 새해에는 좋은 기운이 늘 함께하길 기원하던 것이 자연스러웠다. 지금에 와서 입춘방을 보기는 어려워졌지만 겨울이 끝나고 비로소 봄이 찾아오니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설렘은 아마 시대를, 그리고 (사계절이 있는 곳이라면) 국가까지도 막론할 것이다.


봄, 가을이 모두 야외활동을 하기 더할나위 없이 좋은 황금기인 것은 맞지만, 어쩐지 느껴지는 기분이 다른 것은 기나긴 추위가 비로소 끝나고 찾아오는 포근함이 생명체에겐 더 극적이고 반가울 것이기 때문이리라. 활을 쏘는 사람에게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활쏘기 좋은 날씨로 봄과 가을을 꼽을 수밖에 없겠지만 그중에서도 단연코 봄은 사람들의 가슴을 선덕거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한겨울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3일이 추우면 4일은 따뜻하다. 혹독한 3일 동안에는 활터에 사람들이 확실히 줄어들지만 이윽고 찾아오는 아주 소중한, 포근한 날씨는 삼삼오오 궁사들이 활터를 찾는다. 추운 겨울엔 포근한 날이 유독 특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겨울이 끝나고 찾아든 봄이 이토록 설레는 이유는 삼한사온의 날씨 속에서 느꼈던 따스한 날에 대한 감개무량함에 다름 아닐 것이다.


활에 진심인 사람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늘 활터를 찾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겨울에는 아예 활을 잠깐 쉬는 '휴궁기'를 갖기도 한다. 그렇기에 봄이 오면 개구리만 잠에서 깨는 게 아니다. 오랜 시간 못 보던 분들과 다시금 조우하는 것이 것이 봄이기도 하다. 그간의 안부를 묻고 새로운 한 해에 대한 부푼 기대를 담은 화살을 활에 걸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힘차게 날려보낸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희망을 쏘아올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그 자체로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봄이 좋다. 아무리 미세먼지와 황사가 기승이고 꽃샘추위가 설렌 가슴에 잠시 찬물을 끼얹기도 하지만, 너무나도 짧아 완연함에 온 몸을 적시기도 전에 금세 여름 더위가 등을 땀으로 적셔버리지만, 만물이 다시금 생동하는 나는 봄이 너무나도 좋다. 봄이 갖는 기후적인 느낌과 분위기 그리고 새 시작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까지도. 봄을 맞는 건 누구에게나 예외는 없다. 빼앗겼던 들에도 봄은 왔었다.


새 봄을 맞아 누구나 도약하고 반등하기를 고대한다. 활을 내려놓았던 궁사들도 다시금 쭈볏쭈볏 어색해진 몸과 마음 가짐을 새로이 하며 저마다의 과녁을 향해 활을 힘껏 당겨보길 기대한다. 당신의 가슴에도, 나의 가슴에도 봄이라는 희망이 새롭게 찾아 깃들기를 바라본다.


어느 봄날에 과녁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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