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들 속에서 선명해지는 의미

#521

by 갠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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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하늘의 구름이 솜사탕 같아 보일 때가 있었지. 솜사탕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랬어. 지금은 달라. 하늘의 구름은 그냥 구름이야. 수증기가 올라가 응결되어 만들어진 것이고 더 모이면 비가 될 뿐이지. 그리고, 솜사탕은 그냥 솜사탕이야. 녹은 설탕을 빠르게 흩뿌려 실처럼 엉겨 붙어 솜 모양을 한 것 뿐이지.

B: 그래서?

A: 지금은 이렇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별다른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아. 어떤 상황에 대한 해석은 있을 수 있지만, 그건 그냥 해석일 뿐이지. 사람들의 의견은 그 사람의 의견일 뿐이고, 철수는 철수이고 영희는 영희인 거지.

B: 그래서?

A: 지금 너와의 대화도 그냥 대화일 뿐이고, 내 생각에 대한 너의 반응은 그냥 너의 반응일 뿐이야. 시간이 갈 수록 이렇게 무심해지고, 무의미한 것들이 늘어가. 그랬더니, 나에게 진짜 의미 있는 게 선명해져. 그게 정말로 중요해져.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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