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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다로 May 23. 2024

구렁이와 업신 이야기

영물

구렁이는 예전에 집지키는 가신이라고 하는 영물처럼 여겨졌습니다. 흔히 말하는 집을 지켜주는 업신 설화가 바로 구렁이 얘기입니다.

예전에는 뚜껑있는 단지하나를 놓고 그 안에 뱀이들어와서 쉬는곳으로 삼아주길 바랬었죠.

뱀에 대한 인식은 대체적으로 좋지않은 악신으로 많이들 묘사되나 동양쪽에서는 꼭 나쁜쪽으로만 인식했던것은 아닙니다 . 부정적인 인식도 물론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꽤나  있었습니다. 불교에서 부처를 지키는 뱀신이 있고 신성시여기는 면모가 그 예 중 하나겠네요.

예전 시골어르신들은 집집마다 큰 구렁이가 하나씩 터를잡고 산다는 믿음을 가지고 사셨습니다. 집에 들어온 구렁이는 집안에 재물과 복을 가져다 준다고 믿었고 저 위에 뚜껑있는 단지에 실제 구렁이가 들어오길 바라기도했습니다.

물론 이건 아주 예전이야기이고 지금은 저런 형태의 풍설이 왜 생겨났는지 과학적으로도 이해가 되는 시대에 이르렀습니다.

예전 서민들의 집은 지붕위를 짚으로 엮은 초가였습니다. 한겨울을 나기전에 동네마다 하는것이 새 초가를 지붕으로 올리는것이었습니다. 일종의 월동준비죠. 간혹 지붕뚜껑을 교체하다보면 큰 구렁이가 튀어나오기도 했는데 그것을 보고 역시 집 지켜주는 업신이 존재하는구나라는 속설이 생긴것입니다.

그럼 구렁이는 왜 저런 초가집뚜껑위에 있었던걸까요. 쥐같은 설치류를 가장 잘 잡는 생물이 뱀입니다. 쥐들이 좋아하는곳은 축축하고 따뜻하고 그런곳인데 과거 초가집이 최적의 장소였죠. 쥐들이 초가집으로 계속 올라오니까 먹이 따라서 구렁이가 집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쥐 같은경우 요즘은 단순히 징그럽고 더럽다는 인식이 큰데, 과거 곡식을 창고에 쌓고 한겨울을 나야하는, 넉넉치못한 대다수의 집안에게 쥐가 창고로 들어오는것은 현실적인 문제였습니다. 가을에 겨울을 나기전 창고를 다 들어냈다가 숯을 쌓고 그위에 곡식을 담은자루들을 같이 넣었는데요. 숯을 넣는것은 습기로인해 썩거나 곰팡이 피는것을 막기위한 월동준비이기도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곡식이 들어찬곳에 쥐가 들어오면 본격적인 문제가 생기는데, 쥐의 특성상 자루를 다 구멍내놓으면서 겨울을 나야할 양식을 갉아먹습니다. 지금이야 쌀곡식 없어도 문제없는 시대이지만 과거에는 쌀한톨이 소중한 시절이었죠. 쥐가 그렇게 다 헤집어놓는것은 바로 눈으로 확인이 어렵습니다. 크기도 작은것들이 내부에서부터 다 갉아놓기 때문에 어느순간 창고살림이 거덜나는거죠.

그런 상황에서 구렁이가 집안에 있으면 쥐는 뱀이 있는곳으로 절대 들어오지 않습니다. 좀더 정확히는 구렁이의 행동반경안에서 움직이는 것을 굉장히 꺼립니다. 천적이라는것은 그런것이죠. 본능적인 위협. 그 존재만으로도 행동반경을 줄이게 만들고 움직임에 무의식적인 결계를 만들게됩니다.

그렇다보니 세간살림 축내는 쥐를 잡아주는 구렁이는 재물을 가져다주는 업신취급을 받을 수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겨울을 날수있는곳을 찾는데 지푸라기로 얽어진곳이 뱀들에게도 무척 좋은 환경입니다. 그렇다보니 예전에는 초가지붕위에서 구렁이 발견하는게 어렵지않은환경이었고 그렇다보니 집집마다 지켜주는 구렁이신이 있다고 믿게되는  근거가 됩니다.

예전 윤흥길의 장마라는 소설이 생각나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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