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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다로 May 21. 2024

남한산성.


혹한의 삭풍이 백성들의 사지를 비틀던 날 중 하루에,
용이 여문 여의주가 땅으로 떨어지고 사방을 울리는 북소리가 홀로 요족하던 임금의 요혈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임금은 항전을 다짐하며 성으로 숨어들었으나 그 다짐과 의지는 백성과는 관련이 없는것이었으니, 오랑캐라 불리던 이들의 엄혹한 칼날은 남은이들을 향해 휘몰아쳐질뿐이었다.

사내들은 단칼에 죽고 여인들은 끌려갔으며 아이들은 내던져졌다.

민초의 목숨은 물처럼 흘러 그위로 베인 붉은 빛이 어디에서 떨어진 꽃인지 구분할 수 없을지경이었는데, 사람이 내릴 수 있는 재앙이란 바로 그런것이었다. 지축을 흔드는 난리에 두 발 모두 힘주고 견딜 수 있는 이는 삶과 관련이 없는이 뿐이었다.

결국 임금의 다짐은 백성들의 흐르는 목숨값을 다 감당하기도 전에 꺾이었고 끌려나온 이들은 이미 흘러가버린이들의 사령(死靈)을 버거워하였다.

덕분에 머리를 세번 땅에 찧은이들의 귀한 목숨을 구할 수 있었으니 참으로 다행이었건만, 만백성들의 입에서 흐르는 것은 오롯한 한숨뿐이었다.

거세디거센 삭풍이 산성의 모든것을 뒤삼켜버릴적에, 잿빛 하늘 사이로 민초의 붉디붉은 목숨이 한(恨)이란 이름을 빌어 터져나온지 사십오일째였으니

산천초목마저 불어오는 한풍의 비정함에 몸을 떨뿐이었다.

목숨을 부지하는일이 또 다른 형벌이 되어가는 세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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