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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다로 May 24. 2024

창세기전게임과 헤르만헤세의 데미안.

창세기전 게임 시리즈.


저에게는 첫사랑과 같은게임이 있습니다.

창세기전3 파트2.

초등학교 6학년 졸업한 그 겨울에 처음 접하고

너무 재밌게했었습니다. 살라딘 죠안 크리스티앙 세라자드 엠블라 루크랜서드 등등 그리고 데미안...

당시 저는 작은 동네 살고있어서 시내까지 버스타고 나가 게임시디파는곳까지 가던 그 여정?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엄마가 주신 당시 돈7만원... 굉장히 큰돈인지라 그곳에서 마음에 드는 게임 두개정도는 살수있을거라 기대했었죠

부푼 마음을 안고 당시 그지역에 단하나있던 게임정품시디 파는매장에 들어섰을때 저는 이미 선물을 품에 안은것 같았습니다. 게임캐릭터의 일러스트표지들을 보면서 입구를 지날때 꼭 판타지 세계에 들어간 느낌이었거든요. 근데 제가 워낙 시골촌놈출신이다보니 뭔게임을 사야할지 모르겠더군요.

그냥 이것저것 들었다놨다 들여다만 보는데 거기 사장님이 저를 보고 원하는 게임이 있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뭔가 정해서 온게 아니라 대답을 못하고 있었는데 그때 그 사장님께서 묵직한 패키지느낌의 상자하나를 꺼내주셨습니다. 그게 창세기전3 파트2라는 게임이었죠. 그걸 건네시면서 했던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후회하지 않을거다.'

그때 그 사장님의 엄숙해보이던 표정에 저도 모르게 얼마냐고 물어봤었네요. 6만5천원인데 5천원은 깎아주겠다. 만약 이 게임을해보고 후회된다면, 나에게 그대로 가져와라. 환불해주겠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어리숙한 촌동네 6학년짜리 애에게도 사장님의 어떤 결기는 충분히 전달되었습니다. 망설임없이 돈을 드리고 감사하다 고개숙이고 매장을 나섰죠.

일러스트집과 여러장의 시디가 같이들어가 있어서 담긴 종이가방의 묵직함이 그리 설레는것임을 그때 처음 느껴봤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시디를 넣고 설치를하며 지나가는 일러스트를보면서 저의 설렘은 배가 되었습니다. 아직 시작해보지도 않았지만 저는 느낄수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게임이라는것을요

사실 저는 당시에 창세기전 시리즈에 대해 전혀 알지못하는 촌놈이었지만, 그 마지막시리즈인 3파트2를 너무나도 재밌게 했습니다. 챕터가 끝날때마다 꼭 아끼던 간식이 조금씩 사라져가는듯한 기분때문에 일부러 진행을 늦추려고도 했었죠. 등장인물들의 배치와 적절한 성우들의 연기.. 게임을 추천하던 사장님의 말씀에는 거짓이 없었습니다. 후회한다면 가지고 돌아오라는 말은 단순한 장사꾼의 허언이 아니라, 일종의 자부심임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게임에 몰입하고 최종장까지 다 깨버린뒤 저는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당시 학교 도서관에서 처음 꺼내 읽은책이 바로 '데미안'이라는 소설이었습니다.

창세기전게임 속에 데미안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그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라 혹시나 그 인물에 대한 이야기일까하여 집어들었던 책이었습니다. 헤르만헤세라는 이름도 뭔가 이상한 신뢰감이 었더랬죠. 삼백여쪽 남짓한 작은 책을 들고 집으로 돌아갈때 두근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게임만큼 재밌는 책도 아니었고, 솔직히 낚였다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당시엔 그 소설을 재미없게 읽었습니다만... 나중에 알고보니 실제로 게임속 데미안이라는 이름을 헤르만헤세소설에서 차용한게 맞더군요.

아무튼 지나간 추억이 강렬하게 남으면 시간이 지나갈수록 그 추억은 우리 기억속에서 더욱 더 미화되기 마련이죠.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버그도 많았고 어이없는오류도 많은 그런 게임이었지만 당시 저에게는 큰 충격과도 같은 게임이었습니다. 후회한다면 가지고 돌아오라던 그 사장님을 다시 뵌적은 없지만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는 분이되었네요. 어찌보면 그 사장님은 제가 13살에 만난 첫번째 '데미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추억이라는것은 이렇게 사소하게 생겨나서 사소하게 사람을 흔들어놓을때가 있는것 같습니다. 우연히 책장에 꽂힌 데미안을 보고 감상에 젖은 기억이라는게 떠올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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