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7. 내 마음의 풍로.
음악 시간에 한 발로 스텝을 밟으며 연주했던 풍금을 기억한다면,
석유 냄새를 맡으며 성냥으로 여러 번 꺼진 불을 다시 붙이며 불을 짚이던 풍로를 기억할 것이다.
'풍로'
풍로라는 말보다 곤로가 더 기억에 남는다.
일본에서 건너와 제조사의 말이 귀에 못 박히듯 머릿속 깊숙이 뇌세포 한구석에 숨어 있다.
이렇게 추운 날이면 풍로 위에 양은 냄비를 올리고 김치 국밥을 먹던 생각이 난다. 묵은지 김치에 멸치 디포리 몇 마리 넣으면 감칠맛이 돌겠지.
연탄불에 끓여 먹던 생각도 난다.
내가 나이도 그렇게 많지도 않지만, 이런 것들을 경험한 게 신기하다.
온 가족이 연탄가스를 마시고 동치미 국물을 먹었던 기억도 생생히 난다.
눈물 나게 슬퍼야 하는데 왜 행복했다고 느껴질까?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빨간색 호랑이 이불,
아랫목 연탄불에 탄 장판 속 아버지의 저녁밥,
그런 나의 지난 정서가 아름답게 기억되는 날이다.
#정서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