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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강훈 Apr 23. 2024

생과 사의 선을 넘어온 사람들

삶 속에서


‘바람 참 좋다.’, ‘조금 늦는다고 속상해하지 마. 살아가면서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래.’ 한강의 어느 대교 난간에 적혀있는 문구다. 해마다 투신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언론으로 종종 접한다. 생의 마감을 앞둔 사람의 심경을 모두 이해하지 못하지만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글귀로 보인다. 그만큼 힘든 삶일지라도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선을 넘을 만큼이나 힘든 그 심정을 모르니 함부로 말을 꺼낼 수가 없다. 어떤 이는 생을 마감하기 위해 선을 넘고 어떤 사람들은 살기 위해 선을 넘는다. 그 선을 넘기 위해 수많은 고뇌에 큰 결심을 한다. 당사자들에게는 마지막 선택일지도 모른다. 삶의 마감을 위해서, 삶의 시작을 위해서 마침표를 찍기도 숨표를 찍기도 한다. 다만 그 선택이 옳은 방향으로 내 인생의 마침표가 아니라 숨표였으면 좋겠다. 당장은 두렵고 숨 쉴 틈 없는 암울한 현실이지만 크게 한숨을 고르고 나면 새로운 시작이 다가오지 않을까? 생을 마감하기 위해 한강을 찾아 선을 넘는 사람도 있지만 살기 위해 두만강 푸른 물을 찾아 선을 넘는 사람도 있다. 분명 둘 다 소중한 삶이다. 끝과 시작을 선택하려는 마지노선에서 엄지발가락에 안간힘을 주며 버티고 있을 뿐이다.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두 여인도 긴 선을 넘었다. 돌아갈 수도 돌아가고 싶지도 않은 땅. 삶의 시작을 위해서 두만강을 건너며 긴 숨표를 찍었다. 북한 정책의 실패로 1994년에서 1998년 사이 대기근이 있었다. 식량난으로 시작된 고난의 행군은 5년간 33만 명의 목숨을 앗아 갔다고 한다. 언론에서 보도한 자료는 추정치지만 이보다 더 많은 목숨이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다. 북한 주민들은 연일 굶주림으로 인생 최고의 굶주림이었다. 거리에는 너나 할 것 없이 거리로 나왔고 장마당에 나와 물건을 내다 팔며 먹을 것으로 바꾸기도 하였고,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들어가 장사를 시도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장모님도 식량 배급이 끊기면서 강을 건너게 되었다. 죽을 용기가 있다면 그 용기로 어떻게든 살고 싶었다고 한다. 그 방법이 최선이었고 내 목숨을 살려 줄 선을 넘은 것이다. 빛도 끝도 없는 긴 어둠의 터널 같은 인생이라고 주저앉았다면 나와 여기 한국에서 함께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선은 두 여인에게 희망의 선이었다.     




삶이 인생에 있어 진짜 용기가 필요한 부분이다. 죽을 용기가 있다면 삶의 용기로 바꿔 살아가야 한다. 우리는 또 다른 시작을 위해서 다시 크게 숨을 고른다. 숨 가쁘게 읽어 내려간 문장에서 숨을 고르듯, 숨 가쁘게 달려온 나의 인생에서도 숨을 쉬어야 한다. 숨을 고르며 내가 밟고 있는 현재가 또 다른 출발선이기 때문이다. 찬란하게 밝은 당신의 미래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죽을 용기로 절망의 선을 넘어서길 바랄 뿐이다. 밟고 있는 그 선이 당신이 넘을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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