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애도

by 나무

나는 또 어떤 문 앞에 서 있습니다
벨을 누르고 나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정말 혼자 가도 되겠어?”


추모가 물었다.


“걱정 마. 손바닥만 한 빌라에다가 여자 혼자 살던 집이고 살림도 별로 없대. 재고정리나 잘하고 있어. 그 일이 더 골치 아프지.”


“조심해!”


“뭘?”


“처녀귀신.”


추모가 자신의 머리를 흔들고 흘러내린 양쪽머리를 당겨 눈을 가리며 놀렸다. 애도가 추모에게 티슈 박스를 던지고 추모가 웃으며 피했다.


늘 하던 일이고 이젠 적응이 될 만도 한데 아직도 현장으로 가는 길은 긴장되고 무섭기까지 했다. 애도는 운전하는 내내 마음을 가라앉히려 음악을 들었다.

‘오늘은 또 누구의 마지막 흔적을 치우게 될까?’

신호를 기다리는 차 안에서 차창 밖으로 행인들을 바라보았다.

‘벌써 벚꽃이 활짝 폈네.’

바깥 풍경은 평화로웠다. 따뜻한 봄볕을 만끽하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들 저렇게 행복한데….’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청소 의뢰한 사람입니다. 출발하셨나요?”

“네 30분 정도 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이웃 주민들이 눈치채지 않게 당부드린 대로 잘 처리 좀 해주세요. 요즘 집을 내놔도 세입자 구하기 힘든 마당에 소문이라도 나는 날에는 저 정말 곤란해집니다. 냄새나지 않게 해 주시고 아예 흔적 하나도 남지 않게 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사인이 뭔가요?

“젊은 여자였는데 지병이 있었나 봐요. 돌봐주는 사람 하나 없으니 병자가 병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영양실조 때문에 죽는 거죠. 아니 죽기 전에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문 앞에다 누구든 먹을 것 좀 놓고 가달라고 메모를 써 붙여 놨지 뭐예요. 그 여자 오래비가 어떻게 손을 써서 시체는 구청에서 수거해 갔어요. 죽은 지 얼마나 오래됐는지 형체도 못 알아볼 정도였나 봐요. 양아치 같은 그 오래비는 구둣발로 집에 들어가서 서랍이고 옷장이고 여기저기 뒤져서 통장 하나 챙겨서 가더니 남은 보증금 당장 내놓으라고 얼마나 협박을 하던지, 내가 드러워서 줬어요. 그 뒤로 전화도 안 받고 코빼기도 안 보여요. 뭐 유품이랄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난 들어가 보지도 않았어요. 그냥 싹 다 버려주세요. 제기랄, 재수가 없으려니까…….”

병, 영양실조, 냄새, 흔적, 처리, 재수 없음…,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의뢰인에게 듣는 말 중에 빠지지 않고 들어 가는 말들이다.

‘이 좋은 봄날을 누리지도 못하고 또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구나.’

일을 앞두고 착잡한 심정이 드는 건 늘 있는 일이지만 전화를 끊고 부드러운 햇살과 거리의 가로수들, 곳곳에 만개한 꽃들을 보니 외롭게 홀로 죽은 누군가의 죽음이 오늘은 더욱 안타깝고 서글퍼졌다. 좁은 길목을 사이에 두고 오래된 빌라들과 원룸들이 밀집된 목적지에 도착했다. 목련 빌라라고 써진 한 동짜리 빌라가 보였다. 이름처럼 빌라 주차장 한쪽에 커다란 목련나무가 서 있었고 흰 꽃잎이 바닥에 다 떨어져서 볼썽사납게 흙빛으로 변한 채 썩어갔다.

차 안에서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애도는 필요한 장비들을 챙긴 후 102호 출입문 앞에 섰다. 먼저 벨을 눌렀다. 그리고 잠시 기다렸다. 이건 애도의 오랜 습관이기도 했다. 마치 누군가 아직 그 집에 살고 있는 것처럼. 애도는 다시 심호흡을 한 번 크게 쉬고 집주인이 알려준 비밀번호를 눌렀다. 문이 열리자 집이 왈칵 어둠을 토해놓더니 토사물보다 더 지독한 악취를 쏟아냈다. 애도는 얼굴을 찡그리고 집 안으로 억지로 몸을 밀어 넣었다. 그때 어디선가 깔깔대며 웃는 사람들의 소리가 집 안에서 들려왔다. 애도는 늘 있는 일이라는 듯 자연스럽게 바닥에 뒹구는 티브이 리모컨을 들고 전원 버튼을 눌렀다.

‘왜 사람은 죽을 때까지 티브이 리모컨을 손에서 놓지 못할까?
자신과는 상관없는 사람들의 대화와 웃음소리에서 대체 무엇을 얻는 걸까?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혼자 견디는 외로움을 저 영상과 소리로 잊는 걸까?’

애도는 닫혀있는 창문으로 향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닫힌 채로 있었는지 창문은 뻑뻑했고 힘을 주어 옆으로 밀 때마다 끽끽, 귀를 베는 마찰음이 병을 앓는 사람의 신음 같았다. 창문을 열어젖히자 그제야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이 쿨렁쿨렁 숨을 쉬는 것 같았다. 집은 작고 초라했다. 냉장고에는 음식이랄 것도 없었다. 싱크대 안에 씻지 않은 그릇과 컵 몇 개가 누워있었다. 먼저 바닥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약봉지와 옷가지들을 자루에 담았다. 작은 행거에 걸려있는 옷들도 모조리 자루에 담기 시작했다. 옷가지들을 한꺼번에 잡아 빼던 애도는 멈칫, 몸이 얼어붙은 듯 그대로 서 있었다. 가격표와 상표가 그대로 붙어있는, 한 번도 입지 않은 살굿빛 원피스였다.

‘이걸 사놓고 입지도 못했구나!’

잠시 원피스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애도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이 일을 시작한 초기에는 죽은 사람에 대한 동정심에 눈시울을 붉힐 때도 있었고 이런 비참한 죽음에 내몰린 사람의 가족을 원망하기도 했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국가의 부실한 관리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술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이제 적응이 될 법도 한데 매번 이렇게 마음이 복잡해지니…….’

책상 위에 먼지 쌓인 책들과 노트들을 자루에 담았다. 작은 액자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여자의 흰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물건들을 치우는 것보다 액자 속 웃음을 치우는 게 더 힘들었다. 책상 위 벽에는 여러 색깔의 포스트잇들이 붙어 있었다.

‘힘을 내자! 난 할 수 있어! 토요일 12시, 엔제리너스, 수요일 11시 병원예약.’

“힘. 을. 내. 자!”

애도는 빛바랜 포스트잇에 적인 손글씨를 눈으로 읽다가 자신도 모르게 마지막 글귀를 소리 내어 되뇌었다.

‘토요일에 카페에서 누굴 만났을까? 약속 장소에 가긴 했을까? 원피스가 새것 그대로 있는 걸 보니…, 그때도 많이 아팠나?’

책상 서랍을 여니 검은색 커버의 다이어리가 보였다. 무심히 다이어리를 아무 데나 펼쳤다.

‘아무리 용을 써도 안 되는 게 있어. 몸이 너무 아프고 배도 고파. 누군가 나를 위해 따뜻한 죽 한 그릇만 끓여 준다면, 모두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애도는 다시 몇 장을 넘겼다.

‘부모도 형제도 나를 버렸어. 세상도 나를 버렸어. 난 늘 외로웠고 지금도 혼자야.’

다이어리를 쭉 넘겨 마지막 장을 펼쳤다.

‘세상 사람들 다 나처럼 고독해져라! 똑같이 고통받다가 죽어버려라! 절대 아무도 용서하지 마라! 제발, 다들 비참해져라! 제발, 제발, 다들 원망해라!’

일기는 여기서 끝이 났다. 뒷장으로 갈수록 갈겨쓴 글씨체에 힘이 없었다. 하지만 글을 읽어 내려갈수록 등에소름이 돋을 정도로 한기가 느껴졌다.

“휴,”

애도가 깊이 한숨을 쉬었다. 여자가 혼자 죽어갈 때까지 곁에 아무도 없었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철저히 혼자 버려진 채 세상과 이별할 수 있는 건지, 부모도 형제도 친구도 없이 비참하게 죽음을 맞은 사람의 원망과 저주가 애도는 새삼 너무 무서웠다. 바닥에 널린 쓰레기를 자루에 담고 책상과 책장에 있는 책들과 소지품들도 다 상자에 담았다. 코를 찌르는 악취는 방독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음에도 얼굴이 찌푸려질 정도로 불쾌했다. 죽고 나서도 한참이나 아무도 몰랐으니, 아마 시체는 이미 상당히 부패한 상태였을 것이고 그 흔적을 깨끗이 소독하고 지우는 일이 이일의 가장 힘든 점일 것이다. 애도는 마지못해 누군가에게 등 떠민 사람처럼 방문을 열고 침대로 다가갔다. 지금 날씨와는 맞지 않는 두툼한 겨울 이불이 침대를 덮고 있었고 이 지독한 악취는 분명 사람이 누워있던 이불 밑에서 나는 건 불을 보듯 뻔했다.

‘빨리 저 죽음의 흔적을 치워버리자! 이불도 매트리스도 침대도 다 치우자!
열심히 쓸고 닦아서 이곳에서 있었던 일들을 집이 기억하지 못하게 만들자!
이 어둡고 비참한 곳에 보송보송한 햇빛을 들이자!’

애도는 침대 옆에 서서 심호흡을 크게 한 후 두꺼운 이불 끝을 두 손으로 잡고서 옆으로 휙 들어 올렸다.
아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손에 이불을 쥔 채 애도는 뒷걸음치다가 그만 넘어져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세상에! 저게 뭐지?

사람의 살이 썩어서 문드러졌었는지 이불과 침대 매트는 온통 검붉은 얼룩투성이었다. 토악질을 유발하는 악취가 더 강하게 몰려왔다.

‘세상에! 저... 저게 뭐지?’

침대 매트 위에 뭔가 꿈틀거리는 것들이 우글우글 모여있었다. 이런 현장에서 사람 몸에서 나온 구더기를 목격하는 건 종종 있는 일이었다. 이런 구더기들이 집 밖까지 나와서 건물 여기저기에서 발견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고 그것들을 퇴치하는 게 가장 힘든 일 중 하나였다.

“우르미!”


애도는 천천히 일어나며 혼자 있는 공간에서 누군가에게 말하듯 벌레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아! 이 우르미들……, 사람의 눈물과 죽음을 먹고 자라는 이 끔찍한 것들!’

처음 구더기를 목격하고 며칠 밥도 못 먹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을 때 사라가 구더기 대신 ‘우르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름을 바꾸니 애도의 마음도 진정이 됐고 그 이후로 구더기는 우르미가 되었다.

“울울울울….”

그런데 이 우르미들은 정말 사람 울음소리를 흉내 내는 듯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보통의 우르미와는 많이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더 크고 까맣고 냄새도 지독했다.

“울울울울….”


벌레 한 마리가 내는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데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번식해서 한꺼번에 같이 소리를 내니 그건 정말 한 사람의 울음소리와 맞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애도는 가지고 온 살충제를 침대를 향해 뿌리기 시작했다.

“모조리 죽어 버려라! 어서!”

한참 동안 살충제를 뿌리고 시야가 뿌예진 채로 우르미들이 우글거리고 있던 침대로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다 죽었나?’

울울울, 소리를 내던 우르미들이 한데 모여서는 움직이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있었다. 설마 다 죽었다고 해도 애도는 이것들을 선뜻 치울 용기가 나지 않았다.

‘정말 끔찍하다!’

그때였다. 미동도 하지 않던 우르미들이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울음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싱글침대를 가득 채웠던 이것들이 갑자기 기하급수적으로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거미 다리들이 한정 없이 길어지는 것처럼 여러 갈래로 끝없이 생겨나고 흩어지던 우르미들은 열어놓은 창문으로 싱크대와 화장실 하수구로 손 쓸 새도 없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애도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뒷걸음치다가 엉덩방아를 찧고 나자빠졌다.

‘대체 저게 뭐야?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 꿈틀거리며 느리게 기어 다니는 게 전부인 우르미가 어떻게 저렇게 빨리 움직이지?’


그때 애도는 얼굴 위에 뭔가가 기어가는 것 같은 느낌에 살충제를 뿌릴 때 썼던 안전 고글을 벗었다.

“으악!”

분명 차갑고 끈적한 것이 애도의 눈을 찔렀다.


“으아악!”

애도는 한쪽 귀를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어디서 숨어있었는지 셀 수 없이 많은 우르미들이 애도의 코와 눈, 귀로 빠르게 들어갔다. 몸속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우르미들은 인정사정없이 애도와 한 몸이 됐다. 애도는 손으로 우르미들을 쳐내고 바닥에 뒹굴었다. 급기야 자신을 향하여 살충제를 거침없이 뿌려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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