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마주한 가장 아름다운 봄의 순간
우리는 모두 마음속 정원을 가꾸고 있다
완연한 봄날씨가 찾아왔다. 나무마다 망울져있는 꽃망울을 보며 우리는 봄이 눈앞으로 다가왔음을 느낀다. 신기한 일이다. 매일을 지나가는 길이지만 잠깐 눈을 돌린 사이 어느덧 만개한 꽃에 "언제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워냈을까" 의문과 감탄을 자아낸다. 길었던 겨울, 여느 때보다 길고 살갗을 에는 추위와 눈보라에도 나무는 그 속 한켠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 결국 또다시 아름다운 꽃을 피워냈다.
새로운 만남은 우리 마음속 작은 씨앗을 심는다. 그것이 꽃을 피우는 꽃나무일지 혹은 스쳐 지나가는 들풀일지는 모른다. 어느새 마음속 자리 잡은 그 작은 씨앗은 때론 거대한 기둥으로 자라나 나를 위한 편안한 쉼터가 되기도, 혹은 충분한 영양분을 받지 못해 다시금 스러지기도 한다. 삶을 통해 우리는 모두 마음속 작은 정원을 가꾸어나간다.
꽃을 피워내는 인연에 관하여
그중에서도 조금씩 줄기를 뻗어내 꽃망울을 맺는 인연이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속엔 설렘이 있다. 아직 틔우지 않은 가능성을 보며 우리는 장차 만나게 될 꽃을 기대한다. 꽃이 피기 전, 꽃망울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아직 피어날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줄기에 기대어 조용히 머물러 바람을 견디고, 비를 머금고, 때론 온몸을 감싸는 햇빛을 느끼며 서서히 안에서부터 힘을 기른다. 마치 꽃망울이 햇살을 머금고 천천히 부풀어 오르듯, 사랑도 그렇게 시간을 들여 깊어진다.
꽃망울이 어느 순간 살짝 열리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 안에서 피어날 색과 모양을 상상한다. 이제 막 틔워진 꽃잎은 수줍게 안쪽을 감추고 있지만, 언젠가는 온전히 펼쳐질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마치 사랑이 처음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순간처럼, 그 조심스러움 속에는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떨림과 기대가 스며 있다.
그리고 마침내, 꽃은 피어난다. 기다렸던 순간이 찾아오면,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모든 색을 세상에 내보인다. 햇살 아래 활짝 피어나는 꽃처럼, 사랑도 어느 순간 주저 없이 서로를 향해 열린다. 함께한 시간 속에서 천천히 길러온 감정들이 마침내 결실을 맺고, 우리는 더 이상 사랑을 머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나누는 사람이 된다.
내가 마주한 가장 아름다운 꽃, 프리지아
어떤 사랑은 벚꽃처럼 피어난다. 몽글몽글한 설렘이 마음 한가득 차올라, 어느 날 갑자기 온 세상을 환하게 물들인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처럼 가깝지만, 너무 서두르면 바람에 흩날려 버릴 것만 같은 연약함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조심스럽다. 너무 빨리 움켜쥐려 하지 않고, 그저 바람에 살랑이는 모습을 눈에 담으며 마음 깊이 새긴다.
어떤 사랑은 장미처럼 피어난다. 단단한 가시 사이에서 피어나는 강렬한 빛깔이 매력이다.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날들이 있지만, 기다리고 바라봐 준다면 결국 가장 찬란한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때로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야 하고, 때로는 가시에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을 감내할 만큼 깊고 진한 향기를 품고 있다.
내가 마음속 마주한 꽃은 마치 프리지아를 연상케 한다. 맑고 투명한 향기로 멀리서도 사람을 끌어당기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향이 더 깊이 스며든다. 화려함을 앞세우지 않지만, 그 자체로 조용한 빛을 내며 어디에 있든 자연스럽게 주위를 밝혀준다. 하지만 그 빛은 결코 다른 색과 섞이지 않는다. 타인의 색을 따라 흐려지지 않고, 오히려 자신만의 맑은 색으로 주위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그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조금 더 환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떤 날에는 한없이 여린 듯 보인다. 바람에 흔들리고, 때로는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자신의 시간을 견뎌낸다. 그러나 그 안에는 결코 꺾이지 않는 강인함이 있다. 거센 추위에도, 눈보라에도, 그 작은 몸으로 끝까지 버텨내며 자신만의 속도로 봄이 찾아왔음을 알린다.
그 사람을 바라볼 때면, 꽃이 피어나는 순간을 마주한 듯한 기분이 든다. 따뜻한 바람이 불고, 온 세상이 환해지는 듯한 감각이다. 그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편이 환해지고, 마음 깊은 곳까지 맑은 향이 스며든다.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이 꽃이 피어난 계절을, 그 빛이 내 마음에 스며든 시간을.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마주한 서로의 가장 아름다운 봄이 앞으로 다시 다가올 봄에 대한 기다림이 되며 영원토록 함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