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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헤미안 Jan 06. 2021

12. 여행이 직업이래요


낯선 곳을 여행할 때, 특히 외국의 여행지를 찾아갈 때면 단순히 눈에 보이는 외의 이야기들을 갈구하는 경우가 많다.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이라면 특히나 장소 또는 사물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고 싶은 상황이 있다. 그럴 때면 설명해주는 사람을 찾게 되고, 이런 사람을 통상 ‘여행 가이드’라고 한다.


가이드는 숙소, 식사, 차량, 방문지 등 여행의 전 일정을 케어해주기도 하고, 특정 일정을 안내하고 해설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가 외국을 나가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여행객들도 같다. 관광 산업의 육성 측면에서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국내 여행의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제도화하고 있는데 공식 명칭은 ‘관광통역안내사’이다.


고궁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는 고궁 해설사, 문화재 해설사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도시 해설사, 또는 숲 해설사와 같은 다양한 관광자원에 대한 해설사와 유사해 보인다. 다른 점은 앞의 여러 해설사는 특정 자원에 대한 해설을 목적으로 하지만, 관광통역안내사는 국내의 모든 관광 자원 해설과 관광과 관련한 모든 케어를 책임진다는 점에서 유일하게 자격증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시험은 외국어 1종을 기본으로 하는데 각 언어별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기본으로 요구하며, 외국어 자격이 되는 경우에 한하여 시험 신청이 가능하다. 시험은 한국사, 관광자원해설, 관광법규, 관광학개론 등 4과목 1차 필기시험과 외국어 수준 및 안내사 자질 검증을 목적으로 하는 2차 면접시험으로 년 1회 시행된다.




여행 가이드, 멋있는 직업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인터넷에서 70대인 어떤 분께서 본인을 소개하는 글을 보았습니다. 한 달에 1,2회 정도 가이드를 하는데 너무 즐겁다고 합니다. 여행자는 행복을 찾아서 온 사람들이어서 함께 하는 본인도 즐겁고, 매번 다른 사람을 만나니 또한 즐겁고, 한국을 소개한다고 생각하니 더욱 즐겁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함께 건강해진다고 합니다.


저는 거의 30년 전이지만 회사에서 1년간 인도네시아 연수를 다녀온 경험이 있어 인도네시아어를 조금 합니다. 10년간 잊었다가 10년간 다시 조금 사용했다가 다시 10년간 써보지 않은 중고 신인 상태였습니다. 이번 기회에 다시 인도네시아어도 공부해보자는 단순한 생각에 큰 의미 없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직장 생활하고 30년 만에 처음 쎈 공부를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50대의 체력은 1시간 책상에 앉아있는 걸 버거워하였고, 뇌는 전두엽이 조금 전 암기한 것을 기억 밖으로 밀어내었습니다. 노화가 분명합니다. 공부를 시작한 지 1주일 정도 지나니 겁이 덜컥 났습니다. 이거 할 수 있을까?


공부하는 방법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방에서 전투적으로 하는 방식을 카페에서 노는 방식으로 바꾸고, 3시간을 넘기지 않고 피트니스에 가서 운동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쉽지 않았지만 다행히 2주일 정도 지나니 몸이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2개월의 각고(?) 끝에 외국어대학교에서 보는 FLEX라는 인도네시아 시험의 CUT을 아슬하게 넘겼습니다.


한국사, 관광자원해설, 관광법규, 관광학개론의 4과목 필기시험을 앞에 두었습니다. 남은 시간은 2개월 남짓. 10일에 한 과목씩 속성으로 떼기로 작정하고, 다시 공부의 전선에 섰습니다. 아, 모든 과목이 다 암기 투성이입니다. 다시 암기와의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무리 좋아서 하는 공부라고 하지만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하는 생각이 퍼득합니다.


이때, 기가 막힌 문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절대평가 60점>


그렇지, 60점만 맞으면 되는데 왜 이걸 다 외우고 있지? 그때부터 정 외우기 힘든 부분은 과감히 버립니다. 다시 공부의 속도가 납니다. 그리고 놀라운 성적(?)으로 합격. 면접까지 한 방에 쭉 달렸습니다. 마침내 20년 1월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손에 쥐었답니다.


시작부터 어떻게 해야지 하는 생각이 부족한 채 시작한 시험이었던 까닭에 시장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최종 합격 후 바로 여행사를 소개받아서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바로 그때 시작되었고, 모든 여행사가 정지되었습니다. 자격증을 따자마자 강제 휴업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시 시간이 오겠지요.

함께 여행하는 직업을 위한 자격은 갖추었으니 그동안 많이 공부하면서 퀄리티 있는 재미있는 가이드의 직업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애써 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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