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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헤미안 Jan 04. 2021

10.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사이


나는 ENFJ 유형이다. MBTI 분석의 결과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적은 2% 비중에 해당하며, F가 주기능으로 외향성을 기반으로 하는 사람이다.


이런 성향을 가진 내가 지금 잘하는 것은 무얼까?


오랜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축적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나 관련한 컨설팅 같은 일이 잘하는 것일까? 직장생활과 관련한 취업이나 스마트워크 같은 강의, 멘토링 업무가 잘하는 것일까? 경험이 많다 보니 할 이야기가 많고 정리를 해서 묶음으로 전달하면 잘 들어주는 편이고 재미있거나 잘한다고들 한다. 나의 ENFJ성향과도 잘 맞고 남들이 잘한다고 하면 잘하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런 일들이 내가 좋아하는 일일까?


역시 잘 모르겠다. 좋아해서 잘하는 것과 잘하니까 좋아하는 건 다르지 않을까? 어떤 일을 잘 해냈더니 남들이 우쭈쭈 해주더라 그러니 아, 내가 잘하는구나 또는 난 이걸 좋아해 라고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닐까? 내가 잘하는 것은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적으니 자신에게 좋은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고,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다 보면 잘하게 되고 뭐 그런 상관성이 있는 현상에 다름 아닐까?


나는 원래 내성적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발표 시간에 주저하며 겨우 발표를 마쳤을 때 선생님께서 잘했다고 많이 칭찬을 해주셨고, 그 칭찬은 나로 하여금 발표를 잘한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후 발표 시간에 먼저 손을 드는 경우가 생겼고, 나는 마침내 ‘발표 잘하는 아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나는 외향적인 성향의 사람이 되었다. 혹시 이런 과정이 있었던 건 아닐까?


문제는 반대 영역에 있을 듯싶다. 좋아한다고 해서 꼭 잘하는 건 아니고, 잘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좋아함을 덜어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역시 잘하는 것 중에도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닌 경우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유사성은 있을 수 있지만 꼭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이른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른 영역의 명제라는 생각이다.


그럼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또한 쉽게 나열할 성질이 아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평소에 명백하게 정의하고 즐기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나 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 기회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언지 생각해보자. 나는 토란국을 좋아하고 닭요리를 좋아한다. 혼자서 멍 때리는 것을 좋아하고 함께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부분 다 좋아하는 거 아닐까? 뭔가 좀 더 개인화된 영역에서 찾아보자. 음, 나는 노래를 퍽 못하는 편이지만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고 미술에 전혀 소질이 없지만 연필 스케치를 좋아한다. 한 번도 농사를 지어본 적은 없는데 흙을 만지며 텃밭을 가꾸거나 화초 키우는 것을 좋아한다. 어쩌면 나의 ENFJ성향과는 참 차이가 많이 난다. 성향 조사의 오류가 있었을까 아니면 좋아하는 것을 잘 모르고 있는 걸까?


어찌 되었든 앞에서 언급한 좋아한다는 것의 공통점이 대부분 경험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면서 막연한 호기심과 동경의 대상이 되는 영역들로 나타나게 됨을 안다. 참 신기한 일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모호함이 많아 보인다.


이제 할 일이 좀 더 분명해진다.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는 대체로 나타나 있으니, 뭘 좋아하는지를 찾아야겠다.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첫째, 경제적 요소는 배제하자. 돈을 벌 수 있는가를 전제하지 않기로 한다. 향후 경제성이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구분하여 시간 안배를 할 수 있을 듯하다. 미리 돈 되는 일인지로 제약을 두지 않기.


둘째,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어야겠다. 혼자서 한다는 것은 일정 수준 배우는 단계를 지나면 혼자서 노력하여 할 수 있는 영역의 것을 말한다. 올곧이 혼자서 즐길 수 있게 되기를 원한다.


셋째,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는 영역이어야 한다. 하고자 하는 일에 연령의 제약이 있다면 지속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비용이 많이 필요하거나 육체적으로 피로도가 높게 동반되면 현실적으로 계속하기 어렵게 될 수밖에 없을 듯.


자, 이렇게 자신과 경계선을 설정했으니 좋아하는 것의 잠재적이지만 구체적인 대상을 찾아 시작해보기로 하자. 막연한 좋아함과 실질적인 좋아함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경험을 동반하는 것이 좋겠지.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한 걸음씩 디뎌 보기로 하자. 그래, 가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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