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에서 희망으로, 사진으로 엮은 동물의 방주' 전시회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 멸종에서 희망으로, 사진으로 엮은 동물의 방주>
전시기간: 2024. 12. 05 ~ 2025. 04. 20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입장마감: 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공휴일 정상 운영)
전시장소: MUSEUM 209
입장권: 15,000원
오디오 가이드: 무료
관람일: 25. 01. 30
전에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에 갔던 기억이 좋게 남아있어서 이번에도 보고 싶어졌다. 그때는 뭣도 모르고 보러가서 그때 사진작가분은 누구였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내셔널지오그래픽 전시회는 '조엘 사토리'라는 사진작가의 포토아크 시리즈를 전시한 사진전이다.
물론 전하는 메시지도 강렬하지만 이 사람의 작업 방식과 연출 또한 흥미로웠다.
우선 배경이 하얗거나 검은 게 눈에 띄는데, 사실 처음엔 야생에서 찍고 편집할 때 배경은 날린건가 했다. 알고보니 진짜 흰 배경에서 아날로그적으로 찍은 거였다. 배경이 없기 때문에 각각의 동물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되고, 사진이 하나하나의 초상화 또는 증명사진처럼 보였다.
실제로 개체가 몇 남지 않은 종과 사진을 찍은 후 죽은 동물이 있기도 하고, 특유의 초상화 같은 느낌 덕분에 영정사진 같은 느낌도 들어 숙연해졌다.
눈과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이는 것을 우리는 대화라고 한다. 작품들 대부분 눈을 마주하게 되는 정면샷이어서 동물들의 눈을 바라보며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또, 사진을 실제 동물의 몸 크기와는 상관없이 같은 크기로 인화해 전시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작은 동물들은 그 크기만큼 존재가 가볍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렇게 같은 크기로 인화한 사진을 보며 생명 하나하나의 동등한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은 이런 게 재밌다. 사진은 그림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진작가가 원하는 이미지에 따라 그 연출과 방식도 달라진다. 사진작품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아, 그리고 설명문에 각 동물의 멸종위기등급이 같이 표기되어 있었는데 그것도 기억에 남는다.
멸종 위기 등급 '위급'이라고 해서 아주 적어도 1000마리, 그래도 10000여 마리는 될 줄 알았는데 2마리, 4마리, 18마리 이래서 식겁했다. 아니 '위급'이란 게, 진짜 엄청 목전에 닥친 위급이었잖아? 이미 '절멸' 단계인 동물 사진은 토끼 하나여서 그나마 안도했는데 그냥 사진으로 남길 수 있던 멸종 동물이 그 하나였던 거였다.... 인간이 미안해....
세상 모든 동물을 하얗거나 검은 판을 설치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건 아닐 텐데(몇몇 설명에는 동물원의 도움을 받았다고 적혀 있었다) 그렇다면 사진으로 찍히지 않고 찍을 수 없는 종들이 훨씬 더 많을 것 아닌가.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스러져가는 무수한 종이 있겠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사진 중에는 곤충들도 있었다. 파리나 사마귀, 메뚜기 같은. 개인적으로 벌레류는 싫어하는데 평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작은 생물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며 엄숙한 기분으로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며 다양한 형태로 환경에 적응하고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생명들을 보며 내가 모르는 게 참 많구나, 인간종이 참 무지하고 오만하구나 느끼기도 했다. 경이롭기도 하고, 죄책감과 미안함이 들기도 하고.
섹션 중간중간에 우리가 모르는 영웅들이 소개된 란이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가 모르는 곳에서 애쓰는 사람들에게 많은 걸 빚지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한편으론, 기타 여러 상황(인간으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어 살기 어려워지는)을 알지 못할 동물들이 자기 터전에서 자유롭게 뛰놀며 살고 있다가 갑자기 잡혀와서 풀도 자연도 없는 곳에서 살다 죽는다는 생각을 하니 기묘했다. 개체 수가 늘어나고 자연에 방생하고 그런 것도 그 후손의 얘기인거지 걔는 갑자기 납치당해서 낯선 곳에서 생을 연명하다 죽은 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뻗어나갔지만 서둘러 털어냈다.
어찌되었든 크게 봤을 땐 인간 나름의 최선을 다해 지키고 있는 건 맞으니까.... 그나마도 없었다면 이 생태계가 이만큼이라도 유지될 수 있었을까? 사람은 늘 지금의 최선을 다해 살아갈 수 있을 뿐이니까.
그리고 사람의 손에 의해 인위적으로 번식하게 되는 그 과정은, 자연에서의 번식과 같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들었다. 인간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영향을 미쳐 자연에 생각지 못한 변화를 일으키진 않을까?
그에 더해 책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의 내용이 떠올랐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보기에 귀엽거나 사람들이 선호하는 종은 좀 더 관심을 끌고 보호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불호에 가까운 개체는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덜 느끼고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 보호든 번식 프로그램이든 돈이 든다. 자동적으로 취사선택의 과정을 거치겠지. 사람의 호불호와 상관없이 생태계에서 각자의 무게는 같은데도.
개체수가 극도로 줄었다가 늘어난 검은발족제비가 마지막 섹션에 있었다는 점에서, 작가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 그것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무수한 종이 사라져가는 상황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하고, 지금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멋지기도 했다.
마지막 여행 비둘기 '마사'의 사진이 어린 소년에게 미쳤던 영향을 생각해보면, 이 사진들은 또 어떤 파장을 일으킬까.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궁금해진다. 마음을 울리는 전시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