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겨우살이는 겨우 살아남아 겨우살이가 아니다
겨우내 버티는 일을 하는 것이 겨우살이다
해가 들지 않은 반 평짜리 방에 침대는 나의 세계
세계가 작은 이에게 허락된 햇빛도 조촐하다
조촐한 햇빛 아래서 눅눅한 이부자리
곰팡내 나는 방 안은 나를 자꾸만 위축시킨다
작은 세계에 해가 들지 않는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모든 고통에 예민해진 인간으로 살아남았다
해가 들지 않으면 겨우 살아남을 수 없다
겨우살이는 해가 들지 않아서 자꾸만 쪼그라든다
해가 떠오르기 직전의 새벽이
가장 캄캄하다는 고리타분한 이야기는
먼지처럼 사라져 버린 이 순간
그를 버티게 하는 것은 말들의 먼지가 아니라,
약초가 될 것이라는 난폭한 희망
반 평짜리 침대에서 기지개를 켜지 못한 채로
누워있는 이에게 아침은 아득하다
동트지 않은 그의 아침은 목을 딱딱하게 굳게 한다
어쩌면 겨우 살아내는 것은 그토록 서글픈 것
내 아비도 어미도 그렇게 겨우 살아낸 이 곳에서
이 내 몸은 기약 없는 아침을 기다리는 딱딱한 몸뚱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