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과 치매 사이
당신은 기억하지 못해요
나를 때리던 그 순간
욕설 휘두르던 칼날
손목의 핏방울 흉터도
나는 냄새조차 생생한데
당신은 너무 빨리 늙고 병들었다죠
나는 아직도 거기에 갇혀 지내곤 해요
숨이 막히던 그 구석에 내몰린 순간
목을 조르던 충혈된 눈동자
식칼을 쥔 채 걸어오던 당신을
나는 매일 밤 꿈에서 만나요
그러면 4알 혹은 8알이 날 재우죠
그런 당신이 오늘 여기가 어디냐 물었어요
나는 한 시간 동안 당신과의 일을 반복해 말했죠
맞아요, 당신은 벌써 늙어버렸어요
모두 까먹어버린 그 일은 여전히 내 발목을 잡죠
울먹거리며 같은 질문과 대답을 반복하는
우리 둘이 꼭 잡은 이 손들의 온기도 잊힐까요
차라리 잊어버려요 당신의 젊은 날의 실수
나 혼자 안고 잠들게요, 없었던 일처럼
그렇게 곁에서 같은 질문을 하며 웃어줘요
당신이 내 인생의 질문이고 영감이자 사랑이며
영원한 소울메이트라는 것만은 기억해주세요
망각은 참 잔인한 선물인걸 오늘 배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