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문이 열릴 때마다 자음 모음 허리를 편다
삐딱 기운 고딕들 눈꼬리 내려 각을 맞추고
두꺼운 표지를 갈아입은 위인 먼저 손을 내민다
소설은 말초적이고 전개 빠른 팩션*으로
묵직한 개념은 관념의 굴레를 벗고 가벼워져야겠다
첫 줄부터 익숙은 버리고 낯설어야 축에라도 낄 판
쏙 뺀 눈물로 커피를 끓일 수 있을 만큼 슬프거나 웃기거나
흐름을 이끌어 가는 메시지를 툭툭 던져야 간택이 쉽다
사랑이나 이념에 국경을 내비치는 건 꼰대로 가는 지름길
혼자 취해 느슨해진 문장일수록 먼 그대
시간에 갇혀 프로이트나 공자만 읊다가는 뒷방 일 순위
토씨 빼고
푸념 떼고
머리 꼬리 잘려 나간 저 세상 말 못 알아들어도 제스처는 될수록 크게
나이의 두께가 굵은 활자일수록
군살 없이 단출한 멀티 시스템으로
날렵한 변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 덕목
새파랗게 밀어닥치는 새 물결에 밀리지 않고 목소리 한 줄이라도 읽히려면
날개가 해질 정도로
파닥거리는 것이 앞줄에서 살아남는 길
* 팩트와 픽션을 합성한 신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