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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순승 Sep 14. 2024

슬기로운 생활

도서관 문이 열릴 때마다 자음 모음 허리를 편다

삐딱 기운 고딕들 눈꼬리 내려 각을 맞추고

두꺼운 표지를 갈아입은 위인 먼저 손을 내민다

소설은 말초적이고 전개 빠른 팩션*으로

묵직한 개념은 관념의 굴레를 벗고 가벼워져야겠다


첫 줄부터 익숙은 버리고 낯설어야 축에라도 낄 판

쏙 뺀 눈물로 커피를 끓일 수 있을 만큼 슬프거나 웃기거나

흐름을 이끌어 가는 메시지를 툭툭 던져야 간택이 쉽다

사랑이나 이념에 국경을 내비치는 건 꼰대로 가는 지름길

혼자 취해 느슨해진 문장일수록 먼 그대

시간에 갇혀 프로이트나 공자만 읊다가는 뒷방 일 순위


토씨 빼고

푸념 떼고 

머리 꼬리 잘려 나간 저 세상 말 못 알아들어도 제스처는 될수록 크게

나이의 두께가 굵은 활자일수록

군살 없이 단출한 멀티 시스템으로

날렵한 변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 덕목


새파랗게 밀어닥치는 새 물결에 밀리지 않고 목소리 한 줄이라도 읽히려면

날개가 해질 정도로 

파닥거리는 것이 앞줄에서 살아남는 길      


    

* 팩트와 픽션을 합성한 신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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