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ianist Garam Cho Aug 17. 2019

그들의 Romance ; Clara, Robert

[ Pianist 조가람의 Classic Essay ]

Clara Schumann Drei Romanzen Op.11(1836), Op.21(1854)


로베르트 슈만의 사망 일 년 전,
그의 자살 시도 일 년 후,
그는 정신병동에 입원 중이다.



 영혼이 말보다 커서 누군가는 입을 닫았다.


 16년 전, 목구멍까지 차오른 사랑을 담을 말을 찾지 못해, 음악으로 입을 열었다. 이것이 나의 사랑이라고, 당신을 위한 나의 연가라고 마음의 입을 커다랗게 열고 외치며 Drei Romanzen을 써 내려갔다.

그 노래를 주술 삼아 부르면 그 시절의 그가 돌아올까. 안온한 사랑의 무릉도원의 나무 아래에서 마주칠 수 있을까.



16년 전 그때, 로베르트 슈만은 “누군가 나를 검은 베일과 휘장으로 둘러싸서 파묻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라고 하며 죽음을 이야기하고, 죽음을 사색하며 “시체들의 환상곡”을 만들고 있었다. 죽음에 잠식당해가던 연인에게 클라라는 “세 개의 로망스”를 선물했다. 로베르트는 이 곡을 선물 받은 후 조심스레 검은 베일을 걷어내고 “시체들의 환상곡”을 “밤의 노래”로 바꾼다.

“당신을 위한 로망스를 작곡했어요. 수줍으면서도 가슴이 저린 곡이에요.-클라라”
“당신의 로망스를 들으면 우리가 아내와 남편의 운명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당신의 음악은 내 영혼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아요. 당신의 음악은 나를 완전하게 합니다.-로베르트”


  며칠 전 죽음을 노래하던 로베르트의 영혼은 그녀의 로망스로 생을 찾았다.

 그녀는 16년 전 그 기적을 꿈꿔본다. 미쳐 강물에 몸을 던졌다가 병원에 갇혀있는, 클라라가 한때 존경으로 바라보던, 빛나던 연인을 되살리려 한다.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그의 영혼은 죽음 안에 있는가, 유약한 육신 안에 담긴 무한한 영혼의 세계에서 유토피아를 찾아 유영하고 있을까.


그를 찾을 길을 알지 못해 그녀는 주술의 노래를 써 내려간다. 본디 음악으로 이야기하던 그들이었기에 새 로망스에 마음을 담아 그의 영혼의 강물로 띄워 보냈다. 혹시 음악 안에서 유영하던 그의 영혼과 마주칠지도 모르니.



Op.21의 로망스는 Op.11과 꼭 닮았다. 여전히 수줍고 가슴이 저리다. 다만 조금 더 저리다.

 그녀는 일기에 이렇게 읊조린다.


” 로망스는 슬프다. 이 곡을 쓸 때 내 마음이 그랬다.”


 그녀는 이 곡을 오로지 슈만의 영혼에만 바친다. 연주조차 하지 않은 채 그와 나누던 음표 안에 말을 봉인해놓았다.
 모든 것이 잠든 밤에 이 두 곡을 들어보길 청한다.



말에 담기지 않는 것들을 위하여 음악은 존재한다.

어보다 영혼이 클 때, 누군가 입을 닫고 음악을 연다.



이전 11화 악보에 담은 사랑 ; 슈만,브람스,클라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