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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랑비메이커 Sep 29. 2021

혼자가 아닌 이유

다른 누군가는 조심스럽게 들여놓는 것처럼

   세상에 비슷한 사람은 있어도 같은 사람은 없다는 말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두 번 다신 없을’이란 말을 버릇처럼 뱉었던, 그 철없던 젊음이 나에게도 있었거든.


   모든 게 새로웠어. 같은 건 내가 나라는 사실과 그가 여전히 내 곁에 있다는 사실, 그뿐이었어. 함께 있을 때면 모든 것이 새로운 빛으로 반짝이는 것만 같았어. 성가시게만 느껴지던 우편함의 고지서들마저 친절하게만 느껴졌거든. 이제 곧 새로운 삶이 시작될 것이고 나는 조금 더 멋진 사람으로 거듭날 거라고 확신했어. 그 모든 게 ‘두 번 다신 없을’ 마법과도 같은, 삶에 단 한 번 찾아오는 축복과도 같다고 느꼈지.


   내 고백이 과거형으로 이어지고 있으니 모든 게 뒤집어졌다는 것은 쉽게 짐작했겠지만, 그때의 나는 조금도 알 수 없었어. 두 번 다시는 없을 그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 순간 말이야. 그가 나를 떠났다는 사실도 아팠지만 어쩌면 이제 더는 내 삶에 마법 같은 사랑은 없을 거란 사실이 더 두려웠는지도 몰라.


   내가 말했잖아. ‘두 번 다신 없을’ 이란 말을 버릇처럼 뱉었고 믿어왔던 시간이 있었다고. 어둠에 갇힌 내게 다시 마법이 찾아오기 위해서는 다름 아닌 그가 되돌아와야만 한다고 생각했어. 내게 기적을 안겨다 줄 사람은 오직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그는 이미 멀리 사라져 버렸고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었지.


그래, 정말 세상에 비슷한 사람은 있어도 같은 사람은 없어. 누구나 끄덕일 분명한 사실에 나는 날마다 새롭게 무너져야만 했어.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이런 말을 건넸어.


   “네 말처럼, 세상에 비슷한 사람은 있어도 같은 사람은 없어. 누군가 떠나버린 이유에 다른 누군가는 찾아오지. 누군가 내다 버린 것들을 다른 누군가는 조심스럽게 들여놓는 것처럼. 그래서 우리는 영영히 혼자는 아닌지도 몰라.


   떠난 그에게서 끝나버린 마법은 이제 그 어디에도 없어. 너는 이제 그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만나서 전혀 다른 마법을 시작할 거야. <두 번 다시없을>이란 말은 그렇게 시작되는 거지. 이 세상에 두 번 다시 있을 사랑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이 말 앞에서 울다가 웃기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같은 사람은 없다는 말. 난 이 말이 두렵기만 했지, 이렇게 아름다운 말인 줄은 알지 못했어. 그날 이후로 이미 놓쳐버린 이름은 기억하지 않기로 했어.


   그리고 정말 거짓말처럼 그가 떠나버린 이유에 다른 누군가 찾아왔어. 나는 다시 두 번 다신 없을 날들을 보내고 있어. 그러니 너도 우리가 혼자가 아닌 이유를 믿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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