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일지 <진심을 이야기할 때는 가장 작은 목소리로> 초대장
2015년 가을부터 2024년 여름까지 열한 권의 책을 펴내며 1,903 페이지를 썼어요. 국어사전보다 더 많은 페이지를 채웠지만 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문장이 필요합니다. 9년이라는 시간 동안한눈팔지 않고 성실히 써왔지만 여전히 유명보다는 무명에 가까운 삶을 사는 중이에요. 어쩌면 그것이 제가 매일 쓰는 일을 놓을 수 없는 이유일지 모릅니다.
하루가 다르게 짙어지는 여름밤 냄새를 맡으며 불현듯 아름다운 표지 뒤에 숨겨진 땀내, 눈물 콧물 짙게 밴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어요. 부지런함과 성실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복잡하고 오묘한 쓰는 삶, 아무리 써도 바닥나지 않고 매일 더 선명해지는 삶, 가만히 덮인 책처럼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리며 놓여 있는 삶…. 아무도 모르게 곪다 터지고 환기하는 삶이야말로, 진짜 나의 이야기이기에 오래된 작업 일지를 품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종이와 펜으로 꿈꿀 수밖에 없던 시절, 처음 책을 내고 느꼈던 배신감과 처음으로 나를 응원해 준 독자가 생겼던 순간과 쓰는 삶의 권태와 게으름이 안겨준 그림자까지. 진심만을 담아 털어놓았어요. 부디, 이 민낯의 일지가 무명의 나를 설명하는 각주와 별첨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진심을 이야기할 때는 가장 작은 목소리로
어느덧 열한 번째 책을 펴냅니다. 이 책은 아주 작은 목소리입니다. 매일 쓰고 때때로 펴내며, 이따금 발견되는 하루들. 그러나 진심에 가장 가까운 시간들. 진심을 이야기할 때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래야 오래 깊이 가라앉을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작업 일지 『진심을 이야기할 때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가 저를 오래 읽어준 이들에게는 본편만큼이나 아름다운 비하인드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제 처음 저와 눈을 맞춘 이들에게는 조금 진지한 초대장이 될 수 있겠네요. 여전히 신인의 마음으로 책을 전송합니다.
2024년 여름
가랑비메이커 드림
연재인의 한마디
곧 10년을 앞둔 쓰는 삶의 기쁨과 슬픔을 그러모아 엮은 책 한 권. 아주 작은 목소리로, 거울을 마주하듯 느리게 써낸 고백들이 커다랗게 닿기를 바랍니다. 글을 쓰는 사람의 하루는, 사계절은, 하나의 삶은 이렇게 흘러갑니다. 귀 기울여 주세요.
오래 쓰고 싶어요, 다음이 또 다음이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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