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마티스: 음악

by 일뤼미나시옹



누가 우리를 위로할까. 일면식도 없는 우리에게 누가 바이올린을 연주해 줄까. 내가 처음 음악을 알게 된 때는 언제 인가. 음악이 내 살결 같이 느껴지고, 음악이 심장처럼 느껴질 때, 그리고 오래된 책처럼 음악 속에 기억과 회상의 냄새가 가득할 때. 그리고 음악이 사람을 기억하게 하고, 음악으로 인해 내 생의 일부가 무너지기도 했던 때. 우리가 사랑하는 나날은 굳이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한 곡의 음악, 한 페이지의 문장. 한 점의 그림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예술의 매개물을 통해 우리는 생을 이해하고, 스스로 확인하고, 인간을 이해하며, 고통과 아름다움의 근저에 무엇이 숨어 있는 지도 알 수 있다. 슈베르트는 왜 매일 밤 잠들기 전, 내일 아침 눈이 뜨지 않길 기도하면 잠들었을까. 피아노 소나타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굳이 슈베르트의 삶의 궤적을 더듬지 않아도 된다. 이미 그의 작품에서 우리는 그를 볼 수 있다. 시를 읽으면 시인이 보기고, 소설을 읽으면 그 작가가 보이는 것. 그런 것이 예술이다. 우리는 그런 것. 만나지 않아도 작품을 통해 작가를, 인간을, 인류를, 관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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