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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Oct 31. 2020

카프카

   



   카프카의 삶의 마지막 해의 일이다. 카프카는 그의 애인 도라와 함께 베를린에서 매일 오후가 되면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어느 날 어린 계집아이가 울고 있었다. 카프카가 울음의 이유를 묻자. 아이는 인형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그러자 즉시 "네 인형은 떠난 거란다." "아저씨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하고 아이가 묻자 "네 인형이 나한테 편지를 써서 보냈기 때문이지"라고 대답했다. 아이가 그 편지가 있냐고 묻자, 카프카는 잊어버리고 가지고 오지 않다며, 내일은 꼭 가지고 오겠다고 약속을 했다. 카프카는 곧장 집으로 가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다음 날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아이에게 큰 소리로 편지를 읽어 주었다. 편지 속의 인형은 매일 같이 편지를 써서 제가 하는 일을 모두 알려 주겠다고 약속했다.

 카프카는 그렇게 매일 조금씩 편지를 썼다. 아이에게 인형과 영원한 이별을 맞아들일 시간을 벌기 위해 3주일 동안을 그 일을 계속했다. 마침내 인형은 결혼을 하고, 인형이 오랫동안 사귄 친구에게 영원한 작별을 고하는 편지를 카프카는 매일 밤 자신의 손으로 편지를 썼다.

 이 이야기는 밤을 지샌 겨울 하룻밤, 소설 속 등장인물이 이야기 한 카프카의 실화다. 위대한 작가의 마지막 삶의 시기에 일어난 에피소드지만, 위대한 작가의 삶과 글쓰기가 얼마나 닮았는지. 한파의 겨울 밤. 외풍이 심해 이불 밖으로 내민 손등이 시린 밤. 카프카의 밤을 지샌 편지 쓰기를 생각하며 베개 위에 머리 누이고 모로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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