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뤼미나시옹 Oct 18. 2021

백야

  백야


  달빛 마당에 케잌이 놓여 있다. 마당의 개는 설익은 꿈과 잠꼬대를 끌고 집 밖에서 잠을 잔다. 사생아와 나는 생일 케잌에 불을 붙였다. 누이의 전화에는 술 냄새가 났다. 내 귀에는 뒤틀린 포도나무 줄기가 가지를 쳤다. 개의 집 안에는 사생아가 불을 켜고 앉아 있다. 새벽에 잠 깼을 때 누이가 개의 집 앞에서 자고 있었다. 마음 놓고 바라볼 겨를 없이 구름이 달을 삼키다 토한다. 달의 몸에서 곰팡내가 났다. 사생가의 촛불은 출렁거리며 기뻐했다. 마당의 개는 구름이 달을 삼킬 때 칠흑을 핥았다. 집 밖의 누이는 어둑어둑한 술기운으로 수화기를 놓았다. 사생아와 나는 박수를 치며 구름을 쫓아냈다. 집 밖의 개는 달빛에 꼬리를 흔들었다. 사생아는 생일 케잌을 잘랐다. 집 밖에서 잠을 자는 누이의 얼굴 앞에 생일 케익이 환했다.

작가의 이전글 들판의 나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