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트라베이스
악기점 밖 유리문에 기대 놓은
中古도 한참 지난 콘트라베이스
장난꾸러기 손이 아랫배나 한대 퉁 쳐주고 가는,
얻어맞은 울림
고것이 그래도 그를 존재케 하는 근원이라고,
커다란 등발이
한 때라고 해봐야 고작
멋쩍게 뒤편에서, 밀려난 듯이
어쩌다 한 번 찾아오는 차례 기다리며
남의 소리에 숙고하며 귀 기울이며
울렁울렁하는 게 고작인
급수로 따져도 B급이 고작인
근처 상동교 밑에는
낮술에 불콰해진 등발들
고스톱 판이나 장기판 빙 둘러서 목 빼고 있는데
한 자리에 오래 볕을 쬐게 된다는 것은
볕을 쬐고도 뜨겁지 않다는 것은
진이 다 빠졌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세상의 배경 될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