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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01. 2019

Doric Sky

Sean Scully




   사람의 저녁이 있고, 새들의 저녁이 있다. 돌멩이의 저녁이 있으며 저수지의 저녁이 있다. 푸르른 생기를 잃어가는 측백나무의 저녁이 저기 있고 걷다가 자꾸만 뒤돌아보는 개의 저녁이  있다. 양조장의 막걸리를 비닐봉지에 담아 가는 노파의 저녁이 있고 농협 앞 노점에 담긴 사과상자 속 저녁의 부피는 얇지만 황급히 택배 상자를 내려놓고 달아나는 사내의 저녁은 그 사내만 살아내는 저녁일 뿐이다. 그래, 가난한 저녁이 있어. 거긴 발금그거나 몸을 넣엇다 빼기도 했을 것이며 그래, 슬픔이 전부인 저녁이 있어, 세상 사람들이 한 날 한 시에 슬픔에 젖는 저녁을 우리는 살았다. 등이 시린 고양이는 방금 주차한 자동차 엔진 밑에 오도마니 앉아 있고, 살아낸 날들을 기억할 수 없어서 자꾸만 앞으로 허리가 꼬부라지는 노모의 저녁은 물기가 가시지 않는 뻣뻣한 손등에 있다. 사람의 저녁이 있다. 타국에 와서 진종일 노동 하고 귀가하는 얼굴이 까만 사새들의 저녁이 있다.



Sean Scully 

Doric Sky 2011, 

Centre Pompidou (Paris, F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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