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데릭 카일 로빈슨 - 독서

by 일뤼미나시옹



Frederick Cayley Robinson : The Word


벽난로에서 따뜻한 열기와 빛이 번져 나옵니다. 난로 앞에는 딸아이가 잠에서 깨면 신을 수 있도록 양말을 걸어두었습니다. 모로 누운 딸의 잠은 벽난로의 온기를 받아 따뜻하며, 단잠 속에는 꿈조차 없어 더없이 평온합니다. 양말의 색과 같은 뜨개실로 어머니는 목도리를 짜다 말고 어제 읽던 책을 펴서 읽기를 얼마나 했을까요. 창의 빛은 새벽 시간을 지나 세상의 아침을 열어 보이고 있습니다. 머릿수건을 두르고 등받이 의자에 앉은 어머니는 돋보기에 창의 불빛, 거기에다 벽난로의 불빛까지 받아내며 책 읽기를 하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책의 크기도 두께로 보아서 아마도 경전이 아니까 하는 추측을 해 봅니다. 이 열중의 시간은 벽난로의 불빛처럼 눈부신 시간입니다. 실내는 더없이 온화하고 따뜻한 열기가 가득하고, 어머니는 독서가 끝나고 딸아이가 잠에서 깨고 나면 아침 식탁 앞에서 간밤 읽었던 책의 내용을 되씹어 들려줄 것입니다. 어머니가 되씹어 전해주는 책의 이야기는 아마도 벽난로의 온기처럼 따뜻하게 딸아이의 마음속으로 녹아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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