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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May 24. 2019

그늘 속에서도 좀 부끄러운 듯

        그늘 속에서도 좀 부끄러운 듯



 그늘 속에서도 좀 부끄러운 듯 / 그림모든

  

  희끄무레하고 어슴푸레한, 빈 들에 멧비둘기 같이, 빗살무늬가 있었거나 국화문양이 닳아버린, 납빛 앙금 같은 발음의 기도를 골백번 외웠을, 놋주발의 어둑한 기운으로, 초저녁 빛이 국화꽃에 매달리듯, 잿빛 숨결을 달싹거리는, 숨결의 맛이 다시마에 어린 소금기 같은, 남부정류장 나무의자 아래 오도카니, 꼽등이의 가을밤으로 있는, 희읍스름하고, 다락에 갇힌 어스름 같은, 돌의 영혼을 몇 번이나 걷어찼을, 석유등피의 그을음 같은 사랑의 정의를 내린, 사흘 달빛 고인 귀퉁이에서 젖가슴을 보여주었을, 그러나 김장돌 마냥 무거운, 어데 가요? 물으면, 산비탈에  밭이랑이라고 답하는, 비닐 샌들에 목양말 신은 발이, 의자의 그늘 속에서도 좀 부끄러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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