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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불어넣는

[우리 동네 갤러리] 10

by 정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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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전. 잠깐의 아침 운동을 즐깁니다. 2025년 1월로 3년 차 아침 운동입니다. 새벽 독서와 글쓰기에서 이어진 저의 힐링(?) 코스죠.


그동안 만 1년이 된 게 또 한 가지 있습니다. 러닝머신 위에서 걷다 뛰기를 할 때 앞에 놓인 TV를 무음으로 켜놓고 만화를 보는 겁니다. 이어폰으로는 노래를 들으면서 동시에.


물론 아침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뉴스'를 봤었죠. 하루 시작을 하기 전 '새로운' 내용을 알아야 한다, 는 이유였죠.


역시 마음 쓰이는 사건사고 말고 새로울 건 거의 없는 걸 알면서도요. 그다음이 '스포츠'였고요. 하지만 스포츠는 나 스스로에게 '결과'에 집착하게 만드는.


나도 지는데 우리 팀마저 져서는 안 된다는 불편함이 이어지는. 그러다 1년여 전부터는 채널을 71번으로 돌려놓고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합니다.


71번. 애니메이션을 종일 방송하는 채널입니다. 제가 아침 운동을 하는 시각에는 <투니버스>가 방영됩니다. 아주 우연하게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찾아낸 화면이었습니다.


강아지들이 헬맷을 쓰고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장비를 타고 위험에 빠진 마을 사람들을 구해주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 줄곧 남매들 어릴 때도 잘 보지 않던 프로그램을 무음으로 화면만 봅니다. 가끔 자막이 나오기도 하지만 거의 화면만 들어다 보죠. 그런데 30여분 동안 많이 배워요.



어려운 인생을 쉽게 알려주죠.

전체 , 12세, 7세 이용가 등등 시청 가능 연령이 여러 가지로 세분화되더군요. 어느 연령되이건 53세에게 전해지는 내용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 고 툭툭 알려줘요.


아주 쉬운 방식으로요. 먼저 찾아가랍니다. 먼저 사과하랍니다. 메모를 써서 내 마음을 전달하랍니다. 그리고 그런 행동조차 잊고 해야 할 것을 찾아 하고 있으랍니다. 그러면 새가 알고, 고양이가 듣고, 바람이 (진실을) 살랑살랑 온 세상으로 알려준다 면서요.



오늘이 결국 기회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만들어 줍니다.

이래도 저래도 '같이', '잘' 살기 위한 것일 뿐이라면서 말이죠. 이것만 잊지 말면, 잃지 않으면 된다고요. 험하고 먼 터널의 끝을 빠져나가고 돌아보면 결국 희망을 갖은 오늘 안에 일어난 일들이라고요.


남이 아니라 자신을 먼저 설득하는 것을 미루지 말라고 일러줍니다. 내일이 아니라 오늘 시작하라고 강조합니다. 생각만 하지 말고 메모하고 기록해서 꼬깃꼬깃 접어 두었다 다시 보고 또 보면서 자기 마음을 고치는 것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외칩니다.



최고보다 최악을 피하는 방법에 힌트를 주죠.

사는 게 별것 없지만, 어떻게 살지는 말아야 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항상 최고, 우선, 완벽을 위해 자신을 버리지 말라고 선명하게 이야기합니다. 가다가 힘들면, 하다가 불편하면 멈춰서도 괜찮다고 토닥입니다.


아니, 잘 멈추는 연습이 꼭 필요하다고 안내합니다. 자신과의 타협이 후퇴도 회피도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말입니다. 오히려 잘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면서요.



언제나 밝고 다 다르게 예뻐요.

화면 가득히 채워지는 것들은 무조건 알록달록한 색들이에요. 헤어 스타일도 옷도 등장하는 물건들도 다 각자의 '색깔'들을 가지고 있어요. 어느 것 하나 같지 않아요. 일률적이지 않아요.


한두 가지를 강요하지 않아요. 어둡지 않아요. 모두가 다 서로 다 달라요. 총천연색으로. '만화 같은 이야기'라고 치부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만화처럼 사는 게 어쩌면 가장 잘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가뿐 숨 사이사이에서 늘 느끼게 만들어줘요.



#어른이 답이다!

정지된 화면에 생명을 불어넣어 세상 속에서도 희망이라는 생명력이 넘쳐 나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많다는 사실을 알려줘요.


변수 투성이인 세상살이 속에서 그럴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기라고 고래고래 (대신) 외쳐주면서 말이죠.


애니메이션을 보다 보니 더 강하게 느껴요. 어른들이, 우리들이 (어린이들에게, 아이들에게, 세상에게) 희망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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