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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망각

[ 언어와 나의 세계 ] 64

by 정원에

진실은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망각의 홍수에 잠겨 버린 기억의 창고에서도 꺼지지 않은 불씨이다.


그렇게 ‘기억한다’는 것은 고통을 견디며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진실은 때로 무거운 기억의 짐이 된다.


하지만 그 짐을 짊어져야만 인간은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는다.


망각은 기억의 창고에 부는 바람이다. 망각은 불붙어서는 안 되는 불씨를 꺼트리고, 머물러선 안 되는 기억을 정화시켜 준다.


그렇게 ‘잊는다’는 것은 때로는 도망이 아니라 회복이다. 고통의 기억을 흘려보내야 새로운 의미가 들어설 자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진실이 인간을 지탱하는 뿌리라면, 망각은 그 뿌리를 숨 쉬게 하는 바람이다. 뿌리가 깊을수록 나무는 쓰러지지 않지만, 바람이 전혀 통하지 않으면 썩는다.


인간의 기억은 ‘붙드는 힘’과 ‘놓아주는 힘’이 균형을 이룰 때 건강하게 자란다.

진실의 반대가 거짓이 아니라 망각인 이유는, 망각은 기억이란 불씨의 온도를 완전히 빼앗아 꺼트려 버리지만, 거짓은 진실의 불씨 위를 잠시 덮은 먼지이기 때문이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먼지는 불씨를 더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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