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망각의 홍수에 잠겨 버린 기억의 창고에서도 꺼지지 않은 불씨이다.
그렇게 ‘기억한다’는 것은 고통을 견디며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진실은 때로 무거운 기억의 짐이 된다.
하지만 그 짐을 짊어져야만 인간은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는다.
망각은 기억의 창고에 부는 바람이다. 망각은 불붙어서는 안 되는 불씨를 꺼트리고, 머물러선 안 되는 기억을 정화시켜 준다.
그렇게 ‘잊는다’는 것은 때로는 도망이 아니라 회복이다. 고통의 기억을 흘려보내야 새로운 의미가 들어설 자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진실이 인간을 지탱하는 뿌리라면, 망각은 그 뿌리를 숨 쉬게 하는 바람이다. 뿌리가 깊을수록 나무는 쓰러지지 않지만, 바람이 전혀 통하지 않으면 썩는다.
인간의 기억은 ‘붙드는 힘’과 ‘놓아주는 힘’이 균형을 이룰 때 건강하게 자란다.
진실의 반대가 거짓이 아니라 망각인 이유는, 망각은 기억이란 불씨의 온도를 완전히 빼앗아 꺼트려 버리지만, 거짓은 진실의 불씨 위를 잠시 덮은 먼지이기 때문이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먼지는 불씨를 더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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