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빨리 지나간 8월, AugustGarden
21년 8월이 유독 빠르게 흐른 것 같아서 이렇게 남겨보려 한다. 정말 관용적으로 표현하건대 시간은 날아가는 화살 같다. 누가 쏟아 올린 화살일까? 알 수 없지만 앞으로 앞으로 분연히 날아간다. 아주 성실하게
신들래보쌈, 가성비도 좋고 맛도 일품! 된장찌개도 나오고 숭늉도 나온다.
사실 생각해 보면 8월에 루이키친M도 갔었다. 벼르고 벼르다 지인들과 함께 가서 점심 코스를 먹고 왔는데 그건 1인분에 4만 8천 원이었다. 분명 아주 훌륭하고 맛도 좋은 코스 요리였는데, 보쌈으로 시작해 숭늉으로 끝나는 1만 원의 식사를 이기지는 못했다.
8월 초에는 갑자기 J-pop에 빠져서 이름도 뜻도 모르는 노래를 며칠 동안 들었다.
그중에 최고는 백넘버의 해피엔드(back number - ハッピーエンド) 일본 노래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아련함과 후련함 그리고 자유로움이 너무 달다. 달아
애자일 컴퍼니, 프로덕트 오너, 인스파이어드, 포지셔닝... 이런 거 읽었는데 사실 내가 죽고 못살아서 언급한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건 기형도, 류시화, 박준 등등... 이런 분들의 글과 문장을 사모하는데 현실을 살아야 하니 편식할 수는 없다. 극심한 몽상가가 되지 않기 위해.
그래도 서계동 커피집이라는 카페에 갔을 때 그곳에 오래된 책들이 잔뜩 쌓여있어서 일을 하기 전에 잠깐 마른 목을 축였다. 어쩜 이런 문장을 일생에 남겼을까? 대단하다. 그저 글자, 문장일 뿐인데 이렇게 강력할 수 있다니 신비롭다. 21년도의 나에게 그리고 더욱더 먼 미래의 사람들에게 까지 영향을 끼칠 그들의 문장들을 나는 존경한다.
내가 8월에 영화를 봤었나?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7월 블랙위도우다. 오늘도 혼자 영화를 볼까? 하고 영화 목록을 보는데, 인질.. 싱크홀.. 모가디슈.. 뭐 마땅히 확 와닿는 게 없어서 그냥 내가 정말 보고 싶어질 때 보러 가자고 생각했다. 뭔가 새로운 연인이 생기기 전에는 영화를 보지 않을 것 같은 느낌? 아 아니다. 패밀리맨을 보고 싶으니까 9월 중에 집에서 패밀리맨을 봐야겠다. 아무런 배경지식은 없다. 그저 유튜브의 어느 플레이리스트 인트로 장면에 빠졌을 뿐.
자 9월엔 패밀리맨을 보자 정원아.
8월에 새롭게 알게 된 사람은 아마 지금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는 개발자 4인방일까? 다른 PM분이랑 페어로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자를 구해서 8월부터는 개발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함께하게 된 개발자 4분이 모두 참 좋은 분들이다. 모르고 서툰 부분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과 프로덕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넘친다는 것이, 그런 개발자와 팀을 이뤄 협업한다는 것이 큰 감사다.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 이하 서일페! 태어나서 처음으로 박람회? 코엑스를 방문했다. 지인이 부스를 운영한다고 해서 방문했는데 나는 그 정도로 큰 규모라고 생각도 못했다. 한 2-30분 줄을 섰다. 현장 예매를 못할 수도 있다고 스태프분이 설명해주셨는데 침착하게? 대책 없이? 줄을 섰다. 그리고 지인에게 상황을 설명하니까 초청장이 1개 남았다고 해서 입장할 수 있었다. "PM이 왜 서일페에 갔어?"라는 제목으로 후기를 써볼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첨부하겠다.
어이어 커피, 진짜 맛있었다. (사장님이 직접 내려주는 커피 한정!)
그렇게 따지고 보면 데일리 루틴은 매번 사장님이 상주하시니 맛의 일관성이 유지되는 것 같다.
8월에는 나의 커피 입맛이 변화했다. 어딜 가나 산미가 낮은 것, 고소한 맛을 담은 원두? 블렌딩?을 찾았는데 산미라는 것에 눈을 떴다. 그저 시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상쾌하고 향긋하게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그 시원한 산미! 그리고 필터 커피에도 계몽했다. 그 조그마한 찌꺼기를 신경 쓰지 않고 잘만 살았는데, 한번 필터 커피를 먹고 나니 다른 아메리카노는 텁텁하고 찝찝했다. 점점 예민 보스가 되는 것 같지만 섬세해진다고 말하련다.
어이어커피
데일리루틴
8월은 무슨 색깔이었나? 무지막지 더웠지만 더위와 상반된 푸른 하늘을 여김 없이 보여주던 8월의 하늘, 푸릇푸릇 여름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보여주던 자연, 회색 물감을 구름에 쏟아버린 것처럼 온 세상을 회색빛으로 물들인 장마. 어떤 색깔이 가장 나의 마음 가장 큰 부분을 색칠했나 생각해보자.
아, 8월은 다크그린이라고 해야겠다. 푸른빛에 함께하는 검은 그림자 같아서 참 이쁘다.
평생에 관심도 없었던 타로에 관심이 생겼다. 갑자기 유튜브 알고리즘에 보여서 한번 시청했는데 이게 아주 중독성이 있다. 불확실한 미래를 알고 싶다는 인간의 본성을 아주 잘 이용했다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면서 카드를 고를 땐 누구보다 신중했다. 교회 다니는 사람이 타로 같은 미신을 믿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이러고 있는 게 웃겼다. 뭔가 나의 미래에 대해 잘될 거야 혹은 이제 좋은 사람이 나타나서 연애를 시작할 거야! 등등 듣기 좋은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 아마 비슷한 시기에 안 보던 커플 유튜버들의 영상도 몰아서 챙겨본 걸 보면 연애하고 싶은 마음과 연애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비등비등한 것 같다.
8월이 가기 전에 결산을 해보고 싶어서 우다다닥 써봤는데 완전히 정리된 기분은 아니네요ㅎㅎ
그래도 오랜만에 한 달을 돌아보고 나의 내면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서 너무 좋습니다. 이 글을 보신 여러분도 9월 결산을 해보시길 추천해요!
혹시 "9월 결산에서는 9월의 OO을 알려주세요"라는 게 있다면 언제든 댓글에 남겨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