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웹툰 <시든 꽃에 눈물을>, 클리셰와 개성 사이

피어난 #직진연하남-#상처연상녀, 그리고…….

by 가넷베리


7월 중순 웹소설 작가 인생 처음으로 초록집(ㄴㅇㅂ)과 직계약한 시리즈에디션 작품 <내 아이를 훔친 밤>을 시리즈에 출간했다.


카일하르트와 이사벨의 계약 결혼 이야기, <내 아이를 훔친 밤>

https://series.naver.com/novel/detail.series?productNo=12790302


감회가 새로웠다. 플랫폼 직계약은 프리랜서 웹소설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할 때 세웠던 달성 과제 중 하나였으니까.


또한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한참 전부터 초록집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초록집의 웹툰을 본 지 올해로 벌써 20년 가까이 되었는데, 너무 바쁜 날을 제외하곤 매일 들어가서 작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참고로 처음 이 플랫폼을 알게 되었을 시절에는 스마트폰이 없어서 PC로 접속해서 웹페이지에 들어가야 했다.


(당시 연재 중인 작품들로는 조석 작가님의 <마음의 소리>나 김규삼 작가님의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 등이 있었고, 그 외로 김성민 작가님의 <나이트런>이나 순끼 작가님의 <치즈 인 더 트랩>이 베스트 도전에 있던 것도 직접 봤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꽤 오랜 시간 다양한 작품들을 봐왔으니 1만 시간의 법칙대로라면 이미 새롭게 연재되는 웹툰 중에 소위 말하는 ‘될 작품’을 골라내는 눈이 트였을 듯한데, 오늘 소개할 개 작가님의 <시든 꽃에 눈물을>은 그렇게 눈에 들어온 작품이었다.


<시든 꽃에 눈물을> 1화 중


이 장면을 봤을 때 혹시 기시감이 드는가?


만일 당신이 지난 글에서 로맨스 클리셰 장면으로 인용한 <내 남편과 결혼해줘> 1화의 장면을 기억한다면 분명 여기에 클리셰가 겹쳐 보일 것이다.


지난 글에서 1) 고자극 2) 클리셰의 중요성에 대해서 배웠다.

다만 이전에도 강조했듯 이런 고자극 클리셰만을 그대로 차용해선 큰돈을 만지기 어렵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지점이 바로 ‘엔터테이너’와 ‘크리에이터’의 경계선이다.


구체적으론 ‘클리셰’와 ‘개성’ 사이에서 기깔나게 줄을 잘 타야 한다.


(*이 엔터테이너vs크리에이터 부분은 나 역시도 현재진행형인 도전 과제라, 구상 중인 차기작 작업에 들어갔을 때 더 자세한 결괏값을 볼 수 있을 듯하다.)


<시든 꽃에 눈물을>은 여기서 파란집(ㄹㄷㅂㅅ)의 로맨스 메이저 키워드 #조직/암흑가를 넣었다.


<시든 꽃에 눈물을> 6화 중



돈은 물론, 주먹으로 여주에게 닥친 고난을 해결하는 검은 가죽 장갑을 낀 남주.


참고로 웹소설/웹툰 콘텐츠를 살펴봤을 때 초록집보다 파란집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의 수위가 19금(선정성)으로도 18금(폭력성)으로도 좀 더 높은 편이다.


여러모로 파란집 쪽에서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다루는데, 이런 웹툰/웹소설 플랫폼의 세부적인 특성 차이와는 별개로 크게 두드러지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플랫폼들이 최근 몇 년 사이, 특히 코로나19가 유행할 때를 기점으로 성인 독자층을 겨냥한 콘텐츠들을 더 많이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점. 이렇게 남성향/여성향 불문 성인 콘텐츠들이 강세인 건 청소년 독자에 비해 성인 독자의 구매력이 더 높은 걸 이유로 들 수 있다.


이제 <시든 꽃에 눈물을>의 주인공들을 다시 살펴보자.

재벌가의 사생아인 남주 태하는 #재벌남 #헌신남 #직진연하남이고, 아이를 유산한 것도 모자라 전남편이자 첫사랑이 남긴 빚까지 떠안은 여주 해수는 #외유내강 #사연녀 #상처연상녀다. 여기까지는 클리셰적인 인물 설정이다.


다만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남주의 시점이 나왔을 때 독자들은 남주의 집안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며, 남주나 남주 주변 인물들도 여느 재벌물과는 달리 뒷세계 향이 풍긴다는 걸 자연스럽게 감지한다.


#조직/암흑가


이 키워드 자체만 놓고 보면 차별화됐다고 하기 어렵다.


파란집 웹툰/웹소설에서는 메이저 키워드니까. 다만 초록집 로맨스 웹툰의 대세 판도가 어떤지 고려해 보면 확실히 드문 키워드기에 차별화된 지점이 맞다.


또한 #미친작화 라는 키워드가 붙을 만큼 작화가 뛰어난 작품이라 웹툰이라는 콘텐츠적 특수성, 이점을 잘 살리기도 했고.


해서 18금/19금 적인 사건적 재미를 부여할 수 있는 무대 장치가 살아날 수 있었으며, 클리셰적 요소 뿐만 아니라 여느 #직진연하남-#상처연상녀와는 색다른 개성, 차별성을 주는 요소 덕분에 큰 인기를 얻었다.


새로운 정보, 어쩌면 독자에게 진입장벽.
그러나 기존 콘텐츠와는 차별화된 포인트.


만들 콘텐츠에 개성을 부여하기 위해 크리에이터로서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여기서 정답은 없다. 클리셰-개성 간 적정 비율이란 건 없으며 ‘작바작’이다.


그러니 함께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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