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로등 Dec 17. 2021

Yoga Village의 추억

오늘 작은 운동을 시작합니다.

예전부터 운동을 배울 기회가 있으면 했던 게 요가다. 물론 띄엄띄엄했었지만, 신기하게도 다시 시작하면 며칠 만에 동작들이 다시 익숙해지곤 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만하기도 했고 어쩐지 내 몸에 좋은 동작들이라는 느낌도 들었었다.


인도에서도 돌아오기 반년쯤 전부터 요가를 했고, 그게 가장 다시 해보고 싶은 일이 되었다.


우리가 살던 곳은 인도양 해변가의 아파트였다. 해변가를 따라서 15분 정도 걸어가면 Yoga village라는 곳이 있었고, 거기는 그 지역의 대학교 요가 및 명상학과가 함께 있었다. 말하자면 대중 요가를 위한 수업과 전문인을 위한 수업이 모두 이뤄지는 곳이었다.


아이들과 남편이 아침에 학교로, 회사로 떠나고 나서 메이드가 오면 그녀에게 열쇠를 맡겨두고 요가를 하러 집을 나섰다. 


그곳에서는 나 같은 얼굴 하얀 '코리안 마담'이 걸어가면 다들 신기하게 쳐다보거나 함께 셀피를 찍자고 따라오곤 했다. 물론 보도 옆 도로에는 릭샤들이 멈춰서 호객하다 가곤 했다. 레깅스에 지퍼 탑 그리고 선글라스와 모자까지 장착한 채 요가매트를 둘러맨 '마담'은 눈을 씻고 봐도 없었으니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한국 마담 몇몇과 다니다가 다들 몸살 나서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자 나 혼자서 다녔다. 그즈음에 같은 수업의 사람들이 한 두 명씩 말을 걸어오고, 아침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우디를 타고 다니던 마담은 나를 태워다 주고 싶어 했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던 마담은 해변을 혼자 걸어가는 나를 불러 세워 자기 뒤에 태우고 그 거리를 질주해서 같이 등원(?) 하기도 했다. 


요가의 동작인 아사나 이외에는 아는 게 없던 내가 'oum'이 뭐냐고 옆의 수강생에게 묻자마자 다들 모여들어 한 마디씩 자기가 아는 것을 얘기해주고, 스마트폰에서 옴의 이미지를 찾아서 보여주기도 했다.


이 클래스에서는 처음에 oum 만트라로 시작하고 아사나를 한 다음에 마무리는 호흡과 만트라로 끝냈다. Gayatri Mantra라는 게 있었는데 산스크리트어로 된 짧은 노래인데 20번씩 반복해서 부르는 경우가 있었다. 나도 인터넷을 뒤져 알아본 다음 외워가니 요가 수업이 더욱 재미있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 수업이 아름답게 기억되는 것은 바닥은 아무런 마감재가 없는 시멘트였고, 창문에는 창이 없었지만 창 밖으로는 밝고 뜨거운 햇빛을 한껏 받는 푸른 바다와 다른 한편으로는 울창하며 푸르른 나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더운 곳에서 녹슨 실링팬 아래에서 이리저리 뭉쳐 다니는 바닥의 먼지들을 한편으로 밀어내며  동작을 한참 하면 숨이 턱턱 막히다가도 어디선가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을 느끼며 평화로움과 행복감을 느끼곤 했기 때문이다. 


귀국해서 복직을 하니 하루 종일 서 있는 부서에 배치를 받았다. 무릎 위가 너무 아파서 재활의학과 진료를 보니  슬개건염이라고 한다. 점점 허벅지까지 통증에 시달리는 날이 많아지다 보니 요가 동작도 점점 하기 힘들어지고, 결국 운동을 흐지부지하게 되었다.


그렇게 또 얼마를 지내고 나니 이렇게 살다 죽으면 내 몸을 방치한 것에 대해 너무 후회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아주 작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운동부터 해보기로 했다.


바로 스쾃 20개와 플랭크 1분이다. 


스쾃 20개는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내리기 위해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는 동안에 다섯 개는 할 수 있고, 커피 머신을 예열하고 커피를 내리는 동안에 일곱 개를 할 수 있다. 머리를 드라이로 말릴 때도 스쾃를 하면 되고, 이렇게 하면 출근 준비를 하면서 이미 오늘의 스쾃 목표량 달성이다. 


플랭크는 커피를 내려서 책상에 앉기 직전에 책상 앞 바닥에서 한다. 자세를 잡고 애플 워치의 타이머 1분을 누르고 버텨본다. 어깨에서 등으로, 허리로  통증이 옮겨 다닐 때 내 몸이 존재함을 느끼며 버텨볼 때, 1분은 끝난다. 


아침에 못했으면 저녁에 잠들기 전에 침대 옆에서 스쾃를 하고, 플랭크를 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운동들을 하려고 마음먹었다는 사실을 무시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하려고 마음먹었고, 그 마음을 존중하므로 2분이면 되는 이 행위를 모른 척 미래의 자책 감속으로 던져버리지 않는 것이다. 


스쾃 20개가 50개, 100개가 되는 날이 있을 것이고, 플랭크 1분이 3분, 5분이 되는 날도 올 것이다. 그리고 다시 태양 경배를 할 수 있는 날도 올 것이다. 

바이작의 아름다웠던 푸른 요가 교실과 바닷가 비치로드를 떠올리며 그리운 요가 수업 동료들과 선생님을 기억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파커 J. 파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