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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카 May 05. 2023

코다, CODA

시선의 세계와 소리의 세계에 서 있게 될 너에게

"코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해?"라는 물음에 나는 당황스러웠다.

단 한 번도 우리 사이에서 태어날 아이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았거니와 그 아이가 태어난다면 코다로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다(CODA)란, 
A Child of deaf adult의 약자로 부모 중 1명이나 둘 다 청각장애인이거나 보호자가 청각장애인이어서 그에 의해 양육된 사람을 말한다.


수많은 코다들을 마주하면서 그저 어린아이라고만 생각해 왔던 것들이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서 코다로 자라나게 될 그들의 시선이 사뭇 궁금해졌다. 코다로서의 삶을 영화 <코다>를 통해서 살짝 엿볼 수 있었지만 그저 노래에 집중하고 코다가 아닌 청각장애인으로서의 시선에서 바라봤던지라, 보다 확실히 코다에 대해서 알고 싶어진 마음에 책 <우리는 코다입니다>를 읽어보았다. 여러 명의 코다가 전해주는 이야기들을 읽어내려가면서 같은 듯 다른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 사이에 존재하게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작은 생명체가 살아가게 될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부모들에게서 농문화와 수어를 배우고 더불어 음성언어 세계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두 세계 '사이를' 횡단한다. 어떤 이들은 코다가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다른 이들은 양쪽 모두에 속한다고 말한다. 어쩌면 둘 다이면서 둘 다 아니다. 책 <우리는 코다입니다> p.374


책과 영화로 간접적으로 코다의 삶에 대해서 읽어보고, 실제로 나의 주변에 존재하는 코다들을 만나면서 느낀 바로는 코다로 자라나는 이들은 어떤 양육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였다.




먼저, 나는 이 글을 쓰면서 가족의 구성원이 다양해지는 현 시대에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부모로 이뤄진 두 사람 모두가 될 수 있지만, 한 명일 수도 있으며 어쩌면 그들을 낳은 자들이 아닌 조부모나 친인척이 양육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부모가 아니라 양육자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1) 양육자가 수어를 아는 농인인 코다, (2) 양육자가 수어를 모르는 농인인 코다, (3) 양육자가 수어와 구어 둘 다 아는 구화인인 코다, (4) 양육자가 수어를 모르고 구어를 사용하는 구화인인 코다, (5) 두 명의 양육자 아래에서 한 명의 양육자는 청인, 다른 양육자는 농인인 코다,,,


이처럼 수없이 많은 경우의 수가 있고 이에 따라 코다들이 접하게 될 소리의 세계와 시선의 세계에 대한 넓이와 깊이는 다양할 것이다. 어떤 코다는 시선과 손짓의 세계가 얼마나 고요하고도 시끄러운지 알게 될 것이다. 어떤 코다는 그들의 양육자와 대화하기 위해서는 입모양을 크게 해야한다고 배울 수도 있을 것이며, 어떤 코다는 소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시선의 세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소리의 세계에서만 존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책에서 언급한 내용처럼 코다들은 음성언어와 농문화 두 세계 사이를 오가며 횡단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들이 마주한 상황에 따라 코다들은 저마다 다른 삶을 살겠지만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세상에는 귀가 아니라 눈으로 소리를 읽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가장 먼저 배운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서 그들의 세계는 남들과는 다르게 넓어질 수 있을 것이고, 어쩌면 그 세계의 차이에 대해 혼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며, 어쩌면 그 세계 사이에 서 있다는 사실로 인해 차별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은 5월 5일 어린이날이다.

코다들이 자라면서 마주할 다양한 혼란감과 차별 속에서 우리 곁에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또는 누군가에게는 이미 존재하는 세상의 수많은 코다들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그리고 나에게 던져진 질문에 대한 답을 떠올렸다.




안녕 아이야,


네가 앞으로 세상을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모든 것들은 우리로 인해 너의 친구들과는 같은 듯 다른 삶일거야

그리고 우리가 살아온 삶을 네가 오롯이 이해하지 못하듯이 우리 역시 네가 살아가게 될 삶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


때때로 너는 우리가 너의 목소리를 듣지 못해서 답답할 때도 있을 것이고 그로 인해서 속상하거나 상처받을수도 있을거야. 네가 조금 더 자랐을 때는 우리가 하는 대화의 방식을 보고 "너희 부모님은 왜 저렇게 말해?"라는 친구의 물음에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 당황스러운 때를 마주할 수도 있겠지. 어쩌면 너는 이보다 훌쩍 자라서 사춘기가 되었을 때 이런 우리에게서 태어난 것을 부끄러워할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세상 무엇보다도 소중한 네가 코다로서 그리고 우리의 아이로서 누구보다 못한 삶이 아니라 누구보다도 특별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래. 네가 보고 듣고 느끼는 세상은 누구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비밀과도 같다는 것을 기억해주겠니? 네가 아는 이 두 세계의 비밀을 지구 아래 사는 누군가는 평생 모르겠지만 너는 그 비밀을 안다는 사실도.


남들과 다른 삶을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는 우리로서 너에게 다가올 수많은 혼란과 낯선 시선들로부터 너를 대신하여 모두 막아내주겠노라 약속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

하지만 우리는 네 스스로가 그것들에 맞서 설 수 있는 힘을 키워줄 수 있다는 것도 알지.


우리는 너에게 수많은 고난들을 이겨낼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아 그리고 네가 그것을 믿고 나아갈수 있도록 네게 아주 작지만 단단한 씨앗을 심어줄거야. 작고 어리기만 한 네가 저 험한 세상으로 나아가기 전에 우리와 함께 쌓아올리는 견고한 믿음과 사랑은 스스로를 지켜줄 강한 칼과 방패가 될 것이라 믿어. 


우리는 너와 함께 대화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배우고 가르쳐주면서 함께 노력할거야

어린 네가 우리에게 하고 싶어하는 작은 말 한마디라도 우리가 놓치지 않고 붙잡을 수 있도록,

너와 우리 사이의 소통의 한계로 인해서 네가 상처받는 일은 없도록 말이야.

또한 너무 어린 네가 우리로 인해서 어른의 무게를 일찍 깨닫지 않도록 너에게 통역을 부탁하는 일은 하지 않을게 너는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 자신을 위해서 존재하니까.


누구보다도 씩씩하게 세상을 살아갈 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세상에 지쳐 쓰러질 것 같을 때에는 언제든 우리가 너의 뒤에서 너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길 바래

그리고 두 세계 사이에 살게 될 너의 세상이, 수어를 쓰는 것들이 절대 부끄럽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세상에 살 수 있도록 조금 더 노력할게


우리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 준 너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야.

우리에게 와줘서 참 고마워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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