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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숲 Dec 29. 2022

걷기의 효능

누워 있다고 기력이 회복되지 않았다.

수다 떤다고 마음 펴지지 않았다.

          

계속 가다 보면,

천천히 가는 법

하나는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밀려 넘어질 듯 질주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가치 있음확인하고 싶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때의

내 얼굴이 궁금해서

멈추었다.    


긴장했는데 안 한 척하지 않아도 되고

난처한데 억지로 미소 지을 일이 없어 좋았다.


진공상태 같은 시간 속에서

비로소

나와 친해지는 것 같았다.

      

소심하고

게으르고

무능한데 욕심은 많고

무기력하면서도 무절제한

여유없이 조바심치며

부끄러우면서도 손 드는 사람을

더는 싫어하지 않는다.

그게 나이 때문이다.

 

유산소운동도 근력운동만큼 건강에 좋듯

쉼도 성실만큼 가치 있다.


오지라퍼들을

손절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누구 앞에서  마려운 강아지처럼

고민을 배설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부산행의 좀비떼들처럼

오지라퍼들을 흥분시키고 달려들게 한 건 나였다.


드려진 열등감에

자존심과 미움을 움켜쥐고

사람도, 추억도 잃었지만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을 보며

'시절인연'이라는 말을 되뇌었다.


꾸준히  쓰는 사람은

삶을 가꾸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꾸준히 걷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면에 발이 탁 하고 닿을 때

시끄럽던 머릿속이 조용해지고

불이 켜진다.


멈추는 대신,

어찌 산 것인가 대신,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한다.


걷는 날은 내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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