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 있다고 기력이 회복되지 않았다.
수다 떤다고 마음이 펴지지 않았다.
계속 가다 보면,
천천히 가는 법
그 하나는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떠밀려 넘어질 듯 질주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가치 있음을 확인하고 싶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때의
내 얼굴이 궁금해서
멈추었다.
긴장했는데 안 한 척하지 않아도 되고
난처한데 억지로 미소 지을 일이 없어 좋았다.
진공상태 같은 시간 속에서
비로소
나와 친해지는 것 같았다.
소심하고
게으르고
무능한데 욕심은 많고
무기력하면서도 무절제한
여유없이 조바심치며
부끄러우면서도 손 드는 사람을
더는 싫어하지 않는다.
그게 나이기 때문이다.
유산소운동도 근력운동만큼 건강에 좋듯
쉼도 성실만큼 가치 있다.
오지라퍼들을
손절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누구 앞에서건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고민을 배설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부산행의 좀비떼들처럼
오지라퍼들을 흥분시키고 달려들게 한 건 나였다.
건드려진 열등감에
자존심과 미움을 움켜쥐고
사람도, 추억도 잃었지만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을 보며
'시절인연'이라는 말을 되뇌었다.
꾸준히 글 쓰는 사람은
삶을 가꾸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꾸준히 걷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면에 발이 탁 하고 닿을 때
시끄럽던 머릿속이 조용해지고
불이 탁 켜진다.
멈추는 대신,
어찌 산 것인가 대신,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한다.
걷는 날은 내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