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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숲 Jun 23. 2024

여기는 도서관입니다.

어린이자료실 담당이 되었고, 개관 2주 차다. 그동안 몸살감기에 걸렸고 매일매일 전쟁을 치르러 가는 기분이다.


개관 당일 아침에 이상하게 지각할 뻔했다. 30분 전에 도착하곤 했었는데.  흘릴까 봐 걷지 않으려고 일부러 정류장을 뱅 돌아서 내렸더니 늦어버렸다. 빨리 가도 정각 9시다.  발걸음만큼이나 마음이 급해졌다.


오자마자 관장님이 안내문을 코팅해서 빨리 갖다 놓으라고 달을 했다.  다행히 함께 일하는 기간제선생님이  손도 빠르고 잘 도와주었다. 전에 일했던 도서관이 중앙도서관이라 지원을 나왔다.  팀장님 이하 대부분 직원들이 나와서 개관 준비를 도왔다.  


반가운 팀장님도 만났다. 팀장님은 나를 보더니 다가 와서 "아 여기 있었네요. 한참 찾았네." 하며 반가워해주셨다. 나는 뜬금없이 물었다.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팀장님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럼요. 아주 넘치도록 잘하실 거예요."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함께 재밌게 얘기 나누다가도 왠지 긴장이 되고 땀이 계속 줄줄 나왔다. 처음 겪어보는 일에 긴장을 했나 보다. 개관 전부터 어린이자료실 문은 열어두고 있었다. 사람들이 바깥에 장사진을 치고 있었. 날은 찌는 듯이 덥고 인상 쓰는 사람들이  굉장히 압박이 됐다. 1층에는 우아하게  비발디의 협주곡과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달리 어린이자료실 앞 전쟁이었다. 더운 날씨 탓인지 개관전부터 계속 밀고 들어왔다. 

"아직 개관 준비 중입니다!"

어떤 사람은

 "왜 막아요? 뭐가 잘못됐네,아 이거 누구한테 얘기해야 되지? 담당자 누구야? 담당자한테 얘기하러 가야겠네." 

하고 언성을 높였. 윽 첫날부터 민원이라니. 옆에 있던 공무원은 손사래를 치면서

"저 담당자 아니에요. 제가 안 그랬어요."

라고 얘기를 했다. 민원인알고 보니 개관식에 초청받아온 관계자였다. 어떤 민원인은 왜 이렇게 도서관을 작게 지었느냐고 뭐라 했다. 이미 다 지은 걸 어쩌라는 건지.


행사가 끝나고 시장님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도서관을 구경하는 라운딩이 시작되었다. 그 틈에 일반 시민들도 물밀듯이 들어왔다. 채 막을 새가 없었다. 그때부터 한 시간 반 동안 몇 백명의 사람들이 들어와 도서관을 구경했다. 아니 헤집었다고 해야 맞겠다. 자원봉사자들까지 무려 여덟 명이 달려들어 책을 꽂았지만, 돌아서면 다시 책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다들 걱정하는 말을 했다. 여기 직원 몇 명  뽑아야 한다고들 했다. 설마, 오픈발이겠지 내심 기대하고 기도했다.


다음 날도 똑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인력달랑 셋인데 이용자들은 백 명이 넘고 아이들은 통제불능으로 뛰어다니고 넘어지고 엄마! 아빠!! 하고 소리를 질렀다. 영유아들도 덩달아 삑삑거리고 아이들이 어울려서 여기저기 구조물들을 올라타고 뛰어다니며 마치 놀이터처럼 체육활동을 했다. 엄마들은 아이들과 거리두기를 하며 멀찍이서 지인들과 수다를 떨었다.


시끄럽다는 민원이 계속 이어졌다. 스트레스받아 도저히 책을 읽을  없다며 다시 가방을 싸서 나갔다. 사과하고 돌아다니며 부탁하고 조용히 시켜도 2초를 채 못 넘기고 다시 시장통이 되었다. 급기야 정색하고 소리를 질렀다.

"여기 도서관입니다! 여러분, 목소리 좀 낮춰주세요!"

통제불능의 상황에 공무원들도 관장님도 무기력하게 말했다.

"시끄러운 사람이 집에 가야지. 뭐 어떡해..."


나는 속으로

당황하지 마라 당황하지 말자... 계속 외쳤다.


게시판엔 소음에 관한 민원이 이어진다. 쫓아다니며 조용히 시켜도 소용없다. 부모에게 말해"우리 애가 목소리가 원래 커서 그래요."   "야! 조용히 하래." 그러고선 기분 상한 표정을 짓는다. 종일 계속되는 소음에 자면서도 이명이 들리고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다. 출근이 두렵다.


모두들 여기가 어딘지, 뭐 하는 곳인지 잊은 것 같다. 여기는 아이들이 책을 읽는 곳.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고  미래의 꿈을 꾸는 곳. 여기는 도서관입니다. 최소한의 공중도덕을 지켜주세요. 제발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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