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최명섭 작곡 최귀섭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원준희'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LPTSzFaO0 VM? si=EEQhiXFzukrgV30 i
슬픔은 잊을 수가 있지만
상처는 지울 수가 없어요
오랜 시간이 흘러도
희미해질 뿐이에요
- 원준희의 <사랑은 유리 같은 것> 가사 중 -
원준희는 1988년 데뷔했습니다. 가수 데뷔 3년 전 18세 때 영화배우로 먼저 데뷔했죠. 80년대를 수놓은 하이틴 스타 중 한 명이었습니다. 미모, 춤, 노래 3박자가 갖추어진 신인이라는 평가를 받았었죠.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그녀의 1집에 실린 후속곡입니다. 처음으로 선보인 곡은 댄스곡인 '그대 미워'라는 곡이었고요. 당연히 후속곡이 더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 노래는 '세월이 가면'을 부른 가수 최호섭의 형인 최명섭이 작사를 하고 최호섭의 동생이 최귀섭이 작곡했습니다. 핑클을 비롯해서 그동안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해 왔죠.
1990년 결혼을 하면서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시어머니가 가수 현숙이어서 당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가수 노사연의 이종사촌올케, 농구감독 박정은과는 사촌 동서지간 되시겠습니다. 2집 녹음과 믹싱이 끝난 상태였는데 돌연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2집이 출시되지 못했다고 하네요.
흥행 보증 수표였던 윤상과 하광훈 등으로부터 곡도 받아 놓은 상태였기에 미국행이 아까웠죠. 미국으로 간 그녀는 가수 생활에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1년간 한국 방송 비디오도 안 봤다고 전해집니다. 2008년부터 다시 재개했다가 20년 만의 싱글앨범 '리턴'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엔 별도의 소식이 없네요. 쩝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사랑은 유리 같은 것'입니다. 그냥 입에 착 달라붙는 관용어가 된 느낌입니다. 그만큼 깨지기 쉽다는 의미일 텐데요. 사랑의 속성을 유리에 비유한 것은 신의 한 수가 아니었나 평가해 봅니다.
'정말 몰랐어요 사랑이란 유리 같은 것/ 아름답게 빛나지만 깨어지기 쉽다는 걸' 부분입니다. 화자는 두 가지 속성을 유리와 같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평소엔 아름답게 빛나지만 한편으로는 깨어지기도 쉽다고요. 늘 말씀드리는 사랑의 이중성에 대한 이야기죠. 가시가 있는 장미도 같은 표현이고요.
'이제 깨어지는 사랑의 조각들은/ 가슴깊이 파고드는 견딜 수 없는 아픔이에요' 부분입니다. 화자에게 유리의 아름다움은 끝나고 깨어짐이 당도한 듯합니다. 유리가 깨지면 그 조각들이 가슴을 후벼 파기 시작합니다. 한 마디로 견디기 힘든 아픔이죠. 다들 아시죠? 하하하.
'슬픔은 잊을 수가 있지만/ 상처는 지울 수가 없어요/ 오랜 시간이 흘러도/ 희미해질 뿐이에요' 부분입니다. 사랑은 슬픔과 상처를 남긴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슬픔은 감정의 일종이어서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없어지지만 상처는 마음의 기록에 해당되어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이것만은 기억해 줘요/ 그토록 사랑했던 내 영혼은/ 지금 어두운 그림자뿐임을' 부분입니다. 매번 이런 류의 가사가 많이 나옵니다. 이별 현장에서 다시 만날 것도 아닌데 자신을 잊지 말라, 자신과 함께 했던 추억을 기억해 달라 뭐 이런 것들이죠.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을 이렇게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이겠죠?
음. 오늘은 '사랑은 00 같은 것'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사랑을 딱 한 단어로 정의 내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죠. 그래도 재미 삼아 00에 뭘 집어넣어 보면 복잡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단순화시켜 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00에 어떤 단어를 넣으시렵니까?
예전에 일본에서 '하이쿠 대회'라는 것이 열린 것을 봤는데요. 짧은 한 문장으로 촌철살인을 날리는 대회입니다. 집에서 와이프 눈치가 보여서 나이든 남자들이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고 있다 뭐 이런 콘셉트의 방송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대회에서 1등 한 문장은 '쓰레기 내가 버리지 않으면 내가 버려진다'였습니다. 하하하. 삼식이의 설움을 단 한 문장으로 리드미컬하고 재치있게 표현한 문장이죠.
자. 다시 사랑으로 돌아와서요. 00에 집중해 보죠. 제 답부터 공개하죠. 저는 00에 우주를 넣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랑은 우주 같은 것', 넓고 위대하라고도 읽을 수 있고요. 알 수 없다는 의미로도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우주를 넣은 이유는 후자에 가깝죠.
지금의 인류가 우주에 대해 아는 것은 채 5%를 넘지 않습니다. 저는 그 반대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도 마찬가지일 거라 추정합니다. 매일매일 새로운 발견이나 분석이 쏟아지지만 우주에 담긴 수많은 정보의 일부에 불과할 뿐이죠. 파고 파도 그 끝을 우린 죽는 날까지 알 수 없을 겁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사랑을 많이 한다고 사랑을 안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당황함이나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시간 따위는 줄어들 수 있지만 사랑 능력이 배가 되거나 이별 후에 덜 아프다거나 그렇진 않죠.
어찌 보면 사랑은 상대가 있는 게임이어서 그때그때 다른 답을 내야 하는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만큼 자신을 모디파이(변형)하는데 능숙하지 않으면 전보다도 더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사랑을 하면 타인을 통해 자신을 더욱 드려다 보게도 됩니다. 자신의 결핍 같은 것 말이죠.
제가 사랑을 우주라고 말한 이유는 우주는 알 수 없는 무엇이기도 하고 필연과 우연이 점철되어 있는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는 것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필연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들에는 우연이라는 이름표를 달아 주고 있으니까요.
우주는 확장하고 있다고 하고 언젠가 그 끝이 있는 것처럼 사랑 역시 확장과 수축 그리고 소멸의 절차를 거치게 되죠. 확장할 땐 온 세상이 사랑으로 보였다가 수축할 땐 드넓은 우주에서 자신만 소외되어 있는 것 같은 감정을 느끼게도 되고요. 유리가 깨지는 것처럼 이별이라는 귀결을 맞이하죠.
그럼에도 우리는 우주에 대한 환상과 기대를 놓지 못합니다. 아직도 우주 저 편에 우리와 같은 생명체가 살고 있을 거라 기대하기도 하고요. 우주에 나가 몸이 둥둥 떠다니는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싶어 합니다. 지구에서는 안 되는 모든 것이 가능할 것 같은 공간이 우주니까요.
태양계에 속해 있는 지구는 가족과 같은 모습입니다. 그중에서 지구는 셋째로 달과 결혼을 한 모습이죠. 하하하. 일자별로 달라지는 달의 모습을 보면서 우린 님을 그립니다. 보름달을 보면 충만함을 느끼고 달이 뜨지 않는 그믐도 있죠. 사랑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생기도 그럽니다.
우주의 시작과 끝을 끝내 알 수 없는 것처럼 우린 사랑을 시작할 때 언제 시작될지 언제 끝날 지도 알지 못합니다. 모두가 영원한 사랑을 꿈꿔보지만 아니 현실적으로 긴 사랑을 꿈꿔보지만 자신의 예상대로 된 적은 한 번도 없죠. 공부한다고 노력하다고 곁눈질한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우주에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합니다. 100년 어느 별에서 쏘아 올린 빛을 우린 지금 목격하고 있고 지구가 쏘아 올린 빛은 다른 행성에서 100년 후에나 보게 될 테니까요. 사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현재지만 사랑했던 사람이라는 과거를 우리 몸에 지니고 있고 또 어딘가에 미래에 만날 사람이 존재합니다. 우리의 사랑도 우주처럼 과거, 현재, 미래 모두에 있는 셈이죠.
뭐 이 밖에도 사랑이 우주의 속성과 닮은 것은 차고 넘칩니다. 우주 안에 사랑이 있는 것일 수도 사랑이 우주를 품고 있는 것일 수도 있죠. 우주 같은 사랑, 사랑이 있는 우주 뭐든 좋을 것 같습니다. 알기 전까지는 설레고 가슴이 뛰는데 알면 알수록 더 어렵기만 한 것이라고나 할까요? 하하하.
여러분들은 사랑을 무엇이라 표현하시렵니까? 그 속에 사랑에 대한 자신의 지금까지의 이해가 반영되어 있을 겁니다. 백인백색으로 사랑의 표현을 들어보는 자리가 있으면 참 재미있을 거란 생각을 해 보면서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우주 속에서 사랑을 찾는 일, 모래사장에서 내가 원하는 모래 한 알을 줍는 일처럼 불가능해 가까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 희박한 일을 우리 인간은 일생동안 몇 번이고 해 보려 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우주만큼 넓은 마음으로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와요. 그럼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