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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연결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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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우 Aug 18. 2022

[소설] 연결 18

상하이

나는 우울한 기분을 주체할  없었다. 임상혁이 떠나고 김재영의 폭압 경영이 시작되었지만  돌아가고 있는 회사를 보고 있는 것도 짜증이 났다. 싸가지도 없고 낯선 회사로 변해버린 유비쿼터스에서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이유도 찾을  없었다. 코털에게 말해서 다시 본사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최근에 루쉰의 <Q정전> 읽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본사에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중학교 동창이자 대형그룹 입사동기 혜정이가 떠올랐다. 혜정이는 입사하자마자 동기들의 부러움과 시기를  몸에 받으며 상하이 지사로 파견되었다. 상하이로  이후로 예전보다 소원해지기는 했지만 나에게는 혜정이가 필요했다. 아니, 탈출구가 필요했다.

코털에게 며칠 머리 좀 식히고 오겠다고 말하고 휴가를 냈다. 내 눈치만 보던 코털은 반색을 하면서 그러라고 했다. 될 수 있으면 오랫동안 쉬고 오라고 말했다. 휴가 신청을 마치자마자 상하이행 티켓을 구매했다. 집에 가서 대충 짐을 챙기고 미세먼지로 가득할 상하이로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푸동 공항은 더욱더 복잡했다. 짐을 찾고 입국장을 지나서 게이트에 나타나자마자 혜정이 나를 발견했다. 워라벨이라는 개념조차 없는 상하이에서 날마다 야근한다는 혜정의 얼굴에 반가움과 피곤함이 동시에 묻어 나왔다.

호텔 짐을 풀고  쉬고 싶었지만 혜정은 마라롱샤(麻辣龙虾) 잘하는 집이 있다면서 나를 끌고 나갔다.  입에는 너무 매운 듯했지만 혀는 금방 매운맛에 익숙해졌다. 지은은 종업원을 부르더니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중국어로 마오타이(茅臺酒) 주문했다.

“혜정아, 마오타이 그거 엄청 독한 술 아냐?”

나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오늘 제대로 삐뚤어질 거라고…...”

“그리고 비싸다고 들었는데......”

마오타이가 중국 관료들에게 뇌물을 바칠 때 많이 쓰인다는 이야기를 중국 관련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났다.

“야! 이번 달 주재원 수당 너한테 다 쏘는 거야. 그런 줄 알고 너도 실컷 먹어.”

“혜정아, 이럴 필요까지 없는데.”

“지은아, 우리 중학교 때 내가 너네 집에서 얼마나 떡볶이를 많이 먹었니? 너네 엄마 떡볶이 진짜 맛있었는데...... 늦었지만 보답하는 거니까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많이 먹기나 해.”

나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혜정을 바라보았다.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혼자 유학생활을 했던 혜정이라서 힘들 때 술을 자주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음식과 술은 혜정의 연봉에 비해 과도한 것이었다. 혜정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기도 하면서 상해에서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를 알 것 같았다. 혜정의 마음고생이 내가 상하이에 가겠다고 전화했을 때 차마 말을 못 했던 뭔지 모르는 그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독주 두세 잔이 들어가자 둘 다 얼굴이 빨개졌다.

“지은아, 아무래도 나 중국에 괜히 왔나 봐.”

“그게 무슨 소리야. 입사하자마자 중요 프로젝트를 맡아서 상하이에 갔다고 입사 동기들은 다 부러워하는데.”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요즘에는 좀 헷갈려.”

“뭐가 우리 혜정이를 그렇게 헷갈리게 만드는 걸까?”

내 목소리에도 약간의 취기가 묻어 나왔다.

“나 이런 말 하면 안 되는데 너무 답답해서 말을 안 할 수가 없네. “

혜정은 마오타이를 한 잔 더 마시고 한숨을 푹 쉬었다.

“처음에 중국에 올 때 팀장님한테 빅데이터 솔루션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될 거라고 들었어.”

“네가 평소에 관심 있었던 분야잖아. 미국에서 공부도 했었고......”

“그렇지. 그런데 왜 중국이냐고 물었더니 그룹에서 중국시장 마케팅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거야. 그래서 대형그룹 실세인 신성일 전무님도 중국으로 오신 거라고.”

“맞아. 본사에서도 그렇게 소문났었어. 어떤 사람은 좌천이라고 했지만 회장님도 중국시장 강조하시잖아.”

“처음에는 우리 그룹이 갖고 있는 회사의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기 시작했어.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회원 데이터를 분석하고 마케팅 포인트를 발굴해주는 작업이었어. 분석 결과가 본사 마케팅 본부와 비서실에도 보고가 되었지.”

“그래, 전략본부에서도 그 자료 받았던 것 같아.”

“그런데 얼마 지나서 마케팅 용도가 아니고 정치적 목적으로 분석 포인트가 달라지더라고.”

“정치적 목적?”

“응,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을 분석해서 그 사람의 정치적 견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분석하는 거야.”

“그런 게 가능해?’

사람들이 온라인 상에서 제일 많이 하는 이야기중 하나가 정치잖아. 정치 관련 데이터가 엄청 많다고   있어. 그러면 분석은  정확해지지.”

“그렇구나. 그런데 그걸 왜 우리 회사가 분석할까?”

“팀장님한테 물어봤지만 정치적 성향도 마케팅 분석의 중요 요소라고 얼버무리시더라.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했지만 갈수록 그쪽 분석량이 더 많아지는 거야.”

“......”

“그리고 나중에는 다른 회사의 회원정보가 오기 시작하는 거야. 더 이상한 것은 다른 회사 데이터는 한국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베이징에서 오는 것 같았어.”

“베이징?”

“최근에는 네가 일하는 유비쿼터스 회원 데이터까지 오기 시작했어.”

유비쿼터스라는 단어에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모른 척했다. 술이 취해서 명징하게 생각할 수는 없었지만, 어렴풋하게 최근에 내가 겪은 일련의 악몽 같은 일들이 혜정의 말과 무관하지 않다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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