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7일의 탄생화 – 백합나무의 속삭임

8월 17일의 탄생화

by 가야

8월 17일의 탄생화 – 백합나무의 속삭임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는 보라매 공원으로 향하던 길,
중간쯤, 한 담 안에 웅장하게 서 있는 한 나무를 만났다.


무더운 여름날, 햇빛은 가만히 내려 꽂혔지만
그 나무 아래는 깊은 그늘이 드리워져 시원했다.


머리 위로 올려다보니,
왕관처럼 생긴 연둣빛 꽃이 가지 사이사이에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해,
나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 나, 백합나무

나는 Liriodendron tulipifera,
멀리 북아메리카에서 건너와 이 땅에 뿌리를 내린 백합나무.


사람들은 나를 ‘튤립나무’라 부르지만
내 피에는 목련과의 향과 숨결이 흐른다.


나는 키가 크다.
세월을 삼키며 30미터, 때로는 그보다 더 높이 솟아올랐다.


하늘 가까이에서 바람을 먼저 맞고,
구름의 그림자가 내 어깨 위를 스친다.


내 꽃은 한여름에 핀다.


연둣빛 속에 주황빛 띠를 두른,
왕관 모양의 꽃잎을 조용히 열어
하늘을 향해 나의 이야기를 속삭인다.

◆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아득한 옛날,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나를 ‘신과 인간을 잇는 나무’라 불렀다.


전쟁과 기근이 세상을 덮었을 때,
하늘의 영혼이 나를 내려 보내
사람들에게 길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내 꽃의 빛을 따라간 사냥꾼이
안갯속에서 마을로 무사히 돌아왔다는 전설처럼,


나는 길 잃은 마음이 쉬어갈 그늘이 되고,
방황하는 눈빛이 머물 등불이 되고 싶다.


◆ 나의 꽃말

나의 꽃말은 ‘웅대함’, ‘승리’, 그리고 ‘명예’.


그건 단순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오랜 세월을 뚫고 서 있는 내 몸이 말해주는 진실이다.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는 일,
그것이 나의 승리이자, 나를 지켜낸 명예다.

◆ 시 구절 – 백합나무의 노래

하늘은 멀고 나는 그 멀음을 향해 자란다.

한 번도 내려다본 적 없는 세상,

그 대신 올려다보는 이들의 눈 속에 내 꽃은 조용히 번진다.

길 잃은 발걸음이 멈추는 그늘,

숨 가쁜 하루가 쉬어가는 바람 속에 나는 오늘도 서 있다.

당신의 어제를 품고,

당신의 내일을 향해.


https://youtu.be/bzExFtPp6lw?si=t9oMJ0oZRIk0hG8O


#8월 17일 탄생화 #백합나무 #튤립나무 #LiriodendronTulipifera #왕관꽃 #여름꽃 #브런치에세이 #꽃에세이 #꽃이야기 #꽃말 #웅대함 #승리 #명예 #꽃과 전설 #나무이야기 #브런치감성 #여름풍경 #서울국제정원박람회 #보라매공원 #나무그늘 #꽃사진 #꽃기록 #식물이야기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2화타마린드 마음의 안식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