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7일의 탄생화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는 보라매 공원으로 향하던 길,
중간쯤, 한 담 안에 웅장하게 서 있는 한 나무를 만났다.
무더운 여름날, 햇빛은 가만히 내려 꽂혔지만
그 나무 아래는 깊은 그늘이 드리워져 시원했다.
머리 위로 올려다보니,
왕관처럼 생긴 연둣빛 꽃이 가지 사이사이에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해,
나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는 Liriodendron tulipifera,
멀리 북아메리카에서 건너와 이 땅에 뿌리를 내린 백합나무.
사람들은 나를 ‘튤립나무’라 부르지만
내 피에는 목련과의 향과 숨결이 흐른다.
나는 키가 크다.
세월을 삼키며 30미터, 때로는 그보다 더 높이 솟아올랐다.
하늘 가까이에서 바람을 먼저 맞고,
구름의 그림자가 내 어깨 위를 스친다.
내 꽃은 한여름에 핀다.
연둣빛 속에 주황빛 띠를 두른,
왕관 모양의 꽃잎을 조용히 열어
하늘을 향해 나의 이야기를 속삭인다.
아득한 옛날,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나를 ‘신과 인간을 잇는 나무’라 불렀다.
전쟁과 기근이 세상을 덮었을 때,
하늘의 영혼이 나를 내려 보내
사람들에게 길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내 꽃의 빛을 따라간 사냥꾼이
안갯속에서 마을로 무사히 돌아왔다는 전설처럼,
나는 길 잃은 마음이 쉬어갈 그늘이 되고,
방황하는 눈빛이 머물 등불이 되고 싶다.
나의 꽃말은 ‘웅대함’, ‘승리’, 그리고 ‘명예’.
그건 단순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오랜 세월을 뚫고 서 있는 내 몸이 말해주는 진실이다.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는 일,
그것이 나의 승리이자, 나를 지켜낸 명예다.
하늘은 멀고 나는 그 멀음을 향해 자란다.
한 번도 내려다본 적 없는 세상,
그 대신 올려다보는 이들의 눈 속에 내 꽃은 조용히 번진다.
길 잃은 발걸음이 멈추는 그늘,
숨 가쁜 하루가 쉬어가는 바람 속에 나는 오늘도 서 있다.
당신의 어제를 품고,
당신의 내일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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