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신농씨가 전해 준 채소

9월 8일 탄생화

by 가야

9월 8일 탄생화 –

갓(Brassica juncea) 이야기


하지만 어디에 뿌려져도 싹을 틔우고, 끝내 꽃을 피워내는 끈질긴 생명력을 지녔습니다.


아파트 화단 모퉁이, 돌 틈, 하천변의 자갈 사이에서도
나는 늘 노란 십자 모양의 작은 꽃송이로 세상에 인사를 건넵니다.


여러 분들도 아마 그런 나를 보셨을 거예요.
“어느 날 보니 화단 구석에 갓꽃이 피어 있더라.”


그 순간 느끼는 묘한 향수,
그건 아마도 내 씨앗 속에 담긴 오래된 기억 때문일 겁니다.

◆ 신농씨가 전해준 채소


아득한 옛날, 중국의 전설 속에서 신농씨(神農氏)는 백성들에게 오곡과 수많은 약초를 알려주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가지 풀을 씹으며 독을 시험했다는 그는,
결국 인간에게 먹을거리와 약을 동시에 남겨준 존재로 기억되지요.


그때 사람들에게 전해진 채소 중 하나가 바로 나, 갓(芥菜)입니다.


내 매운맛은 몸속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내 씨앗은 해독과 소화를 돕는 약재가 되었습니다.


나는 단순한 나물이 아니라,
삶을 지켜주는 작고 강한 생명의 씨앗이었던 셈이지요.

◆ 겨자씨의 비밀


불경 속에서도 나는 여러 번 불립니다.


어느 여인이 죽은 아이를 살려 달라 하자,
부처님은 “죽음을 겪지 않은 집에서 겨자씨를 얻어오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인은 온 마을을 돌았지만, 그런 집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모든 생명이 무상을 겪는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작은 나, 겨자씨를 보며 말하곤 했습니다.
“겨자씨 한 톨 속에 수미산이 들어 있다.”
아주 작지만, 그 안에 우주가 담겨 있다는 뜻이지요.


나는 작지만, 나를 통해 사람들은 삶과 죽음,
그리고 끝없는 순환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 개자원화보와 나


세월이 흘러, 나의 이름은 또 다른 책 속에 남게 되었습니다.


바로 중국 회화의 보물, 『개자원화보(芥子園畵譜)』.
작은 붓끝에서 산수와 인물이 피어나는 그 책의 제목은,
겨자씨 하나 속에서 무한한 세상을 그려낸다는 뜻을 담고 있었습니다.


겨자씨가 생명을 품듯,
화가의 붓끝도 세계를 품을 수 있다는 믿음.
그 정신은 내 작은 꽃잎 속에 깃든 힘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 나는 갓입니다


나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청갓, 돌갓, 갓나물로 사람들의 밥상에 오르고,
갓김치가 되어 깊은 추억의 맛을 전해줍니다.


또 씨앗은 약이 되어 사람들의 병을 다스리고,
꽃은 조용히 겸손과 생명력을 노래합니다.


나는 갓,
작지만 세계를 품고,
소박하지만 삶을 지켜내는 풀.

오늘도 나는 바람에 씨앗을 흩뿌리며
어디에서든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노란 꽃송이에 담긴 꽃말을 전합니다.


“겸손, 순종, 생명력.”

“In a mustard seed, the whole world blooms.”

“작은 겨자씨 속에서 온 세상이 꽃핀다.”


https://youtu.be/l4eUGTRVPoY?si=IJ2N_0kt8w-BcU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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