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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사랑

미안해서

by 이가연

하라 보고 왔다. 하라가 있는 곳은 경기도 광주다. 평소에 버스로 15분 걸리는 봉사만 다녀서... 나에겐 멀기도 멀었다. 4년 만이다. '가야지. 가야지.' 했는데 계속 미루게 되었었다.' 생전에 본 적도 없으면서. 팬 코스프레하는 거 아닌가.' 싶었던 적도 많다. 아무도 뭐라 안 하는데, 스스로 그렇다.

죽기 직전까지 일본에서 콘서트 잘한 거 인스타로 근황 다 알았으면 팬이지, 꼭 직접 콘서트를 갔어야 팬인가.
당시 일본에서 솔로로 활동하던 거 모르던 사람도 아주 많다... 당시 하라가 울면서 설리에게 설리 몫까지 열심히 산다고 했던 영상을 돌려보고 그 말을 믿었지만 불안했는데, 뉴스 보고 소리 질렀으면 매우 팬이 맞다. 다른 연예인 같았으면 혼자 좀 놀라고 가슴 아프고 말지, 그렇게 가족들도 놀라서 오게 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무리 이렇게 말하고 말해도, 더 열심히 응원하지 못했어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

사람이 마음이 뚝뚝 흘러넘칠 땐, 미안해서다. 살아생전 못 봤으니까. 그게 설리는, 분명 무료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보러 가려다가 귀찮아서 말았던 경험이 있어서 더 사무친다.

동일시 감정이 들 때마다, '내가 연예인도 아닌데 무슨.. 과한 거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이젠 자신 있게, 나의 선배들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설리는, 내가 예고 연기과에 합격해서 잠깐이라도 다녔던 기록이 있기 때문에, 잠시나마 같은 연기과 직속 선배였다. (설리는 원래 아역 배우 출신이다.)



스카이캐슬 추모관에 가면, 5층에 채동하 님, 레이디스코드 리세, 은비 님 그리고 하라가 있다. 방명록에 하라의 새언니 분께서 남겨두신 편지들을 읽으며 참 울림이 느껴졌다. 인스타에서 봤었는데, 조카가 태어났는데 조카 얼굴도 못 보고 갔으니 마음이 아프다. 일본 팬분들이 많아서 일본어로 된 편지도 많다. 일본 팬들이 서툴게 한국어로 쓴 편지도 참 와닿았다. 나도 예전에 방명록을 남겼을텐데, 못 찾았다. 다음엔 기일에 맞춰서 가는 것도 좋을 거 같다. 팬들하고 이야기 나누고 싶다. 여기뿐만 아니라, 건물 자체에 방문객이 별로 없어보여서 좀 쓸쓸했다.

두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내가 죽을 때까지 기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고, 말하는 것이다. '연예인 걱정하는 거 아니다. 다른 세상 사람들이다.' 이런 말보다는, 차라리 정말 불쌍하게 봐줬으면 좋겠다. 꽃처럼 예쁜 사람들이면서, 꽃처럼 팍 꺾여버릴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4년 전에 갔을 때 찍은 사진과 비교해보니, 훨씬 더 풍성해졌다. 살아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정말 한참 언니로 생각했었는데, 어찌 이제 나와 같은 나이인가요..




너무 예쁘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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