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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May 04. 2024

영국 라디오 도전기

내가 이 일을 왜 하는가

처음 라디오 DJ를 맡게 되었을 일이 즐거웠던 이유는 가지였다. 째는, 영국에서 일주일에 시간 동안 온전히 한국 노래만을 방송할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또한 BTS, 블랙핑크 노래가 아니라 나도 알고, 한국 2030 세대면 누구나 법하지만 영국 사람들은 모를 노래들을 소개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째는, 스튜디오 안에서 헤드폰을 쓰고 녹음하는 모습이 좋았다. 영국인으로 가득한 이 커뮤니티에 당당히 한국인으로 입성한 기분도 들었다.


3월 잠시 한국에 방문했을 때에도 라디오 DJ로서 활동은 계속되었다. 스튜디오에 직접 방문할 수 없어도 워낙 휴대폰 녹음 기능이 뛰어나서 스튜디오와 전혀 다를 바 없는 퀄리티의 방송을 만들었다. 그러나 더 이상 내가 선곡한 노래로 방송을 만드는 것 자체에 처음만큼 큰 재미를 느끼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매주 15곡씩 선곡하고 음원 다운받고 곡마다 곡 소개를 써서 녹음하는 건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한 달이면 60곡인 셈이다.


라디오라는 매체의 매력을 느끼게 된 이후, 영국 남부 지역 각종 라디오 방송국에 메일을 보냈다. 내가 살고 있는 사우스햄튼부터 본머스, 바스, 런던과 같은 근교 도시뿐만 아니라 브라이튼과 같이 다소 먼 지역까지도 두드렸다. 각 지역마다 있는 BBC는 물론이고 상업, 지역, 대학 방송국 등 가리지 않고 무작정 메일 보냈다.


그렇게 이곳저곳 두드리고 있다는 사실을 교수님께 말씀드리자, 사우스햄튼 지역 방송국 중 한 곳에 연결해 주셨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결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내가 원했던 것은 1시간 정도 방송 프로그램 시간 동안 인터뷰도 하고 내 노래도 부르면서 게스트로 출연하는 것이었는데, 그분이 제안한 건 1시간 동안 여러 사람들이 와서 마치 장기자랑하듯 한 명당 한 곡씩 부르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karaoke night'에 오라는 거였다.


영국 라디오에서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미 하고 있는 일이기에, 할 이유가 없었다. 만일 내가 영국 지역 방송국 스튜디오를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고, 라디오에 내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에 보람을 느껴보고 싶었다면 그 이벤트에 참여했을 것이다.


'이 일을 왜 하는가'라는 질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스튜디오 부스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때가 오면 라디오도 그만 두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라디오 DJ 역할은 내게 일종의 영국 사회생활 맛보기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비록 돈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학교 밖 사람을 주기적으로 만나고 소통할 기회도, 스튜디오 안에 들어가 녹음할 수 있는 기회도 감사했다. 이처럼 직접 경험을 쌓는 데에 성공했든, 다른 방송국에 가봤지만 무산됐든, 아니면 아예 이메일에 답장이 오지 않았든 경험 그대로 의미가 있었다.



https://youtu.be/Wqgrav_u398?si=MAFd131Rcu8bM7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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