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엄마랑 창덕궁 후원에 다녀왔다. 아직 가을을 제대로 못 즐기신 분들, 이번주가 끝입니다.
창덕궁은 예전에 할머니와도 온 적이 있다. 그런데, 경복궁에 비해 작고 볼 게 없다고 느꼈다. 엄마가 전부터 창덕궁 후원에 가보라고 추천해줘서, 이번 가을은 후원 예매를 노렸다. 거기... 아무나 못 들어간다. 오늘 온 사람들 나이대가 거의 엄마 또래 이상이라, '다 임영웅 콘서트처럼 나 같은 자식들이 예매해준 건가' 싶었다.
10시에 예매 오픈하는데, 2초만 늦어도 매진이다. 한 번 가장 이른 10시 타임 예약 성공했다가, 너무 원하는 시간대가 아니라서 취소하고 두 번만에 성공했다.
창덕궁 입장권과 예약 성공한 후원 입장권 두 개가 있어야 한다. 어렵게 성공한지라 입장하면서 더 값지게 느꼈다. 입장하면서부터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니' 싶었다. 좀 외국인 마인드로 둘러봤던 거 같다. 이런 공간에 있는 게 당연하지가 않고, 신기했다.
하이라이트는 궁이 아니라, 나무들이었다. 나무를 보고 '대박이다' 할 일은 잘 없다. 그런데 이 공간으로 들어서자 '단풍 대박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 많은 시련을 겪은 한국 땅에, 이렇게 몇백 년 된 나무 참 귀하다.
해설사 말로도 11월 1, 2주가 제일이고, 솔직히 다음주부터는 아니라고 하셨다. 정말 시기를 딱 잘 맞춰온 것이 느껴졌다. 그러니 티켓팅이 빡셌다.
또 비 오는 날도 은근 운치 있고, 눈 올 때도 좋은데, 여름은 너무 습하고 겨울은 너무 볼 게 없어서 사실 비추라 하셨다. 외국인들이 봄에도 많이 찾는데, 그건 영어로 '시크릿 가든'이어서 그런거 같다고, 여긴 산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꽃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벚꽃 때가 아니라 내년 가을에 또 오는 걸로. 벚꽃은 경복궁이 좋다.
한복 입고 스냅 찍는 커플도 있었다. 교복 입고 롯데월드 데이트하는 로망은 있어도, 한복 입고 같이 걷는 로망은 조금 덜하다. 이미 할머니, 외국인 친구랑 다 해봤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할머니랑 가려고 했는데 감기 걸리셨다하셔서 엄마랑 갔다. 엄마가 매우 귀찮아했지만 경치가 좋아서 만족했다. 내년 가을에 할머니랑 또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