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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Jul 26. 2023

합리적인 선택

다음 스텝을 향하여

유학을 두 달 앞두고 학교가 바뀌었다. 장학금 합격 소식 때문이었다. 심지어 킹스턴 대학원 기숙사도 신청하고 큰 금액은 아니지만 보증금도 넣어둔 상태였다. 장학금에 합격한 대학은 영국 남부에 위치한 사우스햄튼 대학교였다. 지난 3월, 4월, 합격한 학교 중에도 킹스턴과 사우스햄튼 대학 사이에서 큰 고민을 했다. 고민을 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장 큰 이유는 위치였다. 내가 좋아하는 빅벤과 런던아이까지 거리를 기준으로 잡았는데, 킹스턴은 한 번 갈아타고 1시간이 걸렸다. 작년에 직접 다녀와봤으니 얼마나 멀지 않게 느껴지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우스햄튼은 한 번 갈아타고 거의 2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껏 지내오면서 주 1회 지하철 30분 타는 것도 멀어서 2시간은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서울에서 천안보다 조금 더 가는 거리라고 한다.


그런데 정확히 따지고 보니 정작 기차를 타는 시간은 1시간 20분이었다. 걸어서 이동하는 시간을 다 합치면 1시간 45분 정도였던 거다. 그 정도면 충분히 일주일에 한두 번은 런던에 갈 수 있는 시간이 아닌가. 그뿐만 아니라 사우스햄튼 도시 자체에도 충분히 볼거리가 많을 것이고 런던에서 먼 대신에 학교가 더 크고 시설이 좋다. 특히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스포츠, 수영을 할 수 있는 실내수영장이 있어 좋다.


그다음은 킹스턴은 작년에 직접 캠퍼스 투어도 하고 런던에서 마지막날 일정으로 교수님과 1:1로 이야기도 하고 친해졌다는 점이 걸렸다. 그래서 사우스햄튼은 잘 모르기 때문에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심지어 작년 여름부터 LA, 발렌시아, 그리고 마지막 런던까지 총 5개의 캠퍼스를 방문하며 대학원 결정에 도움이 되고자 했는데 결국에는 가보지도 않은 도시 사우스햄튼으로 결정하려니 뭔가 불안했다. 그런데 LA, 발렌시아, 런던 모두 얼마나 좋은 경험을 했고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을 쌓았는가. 사우스햄튼이라고 해서 갑자기 도시가 너무 마음에 안 들리도 없을 터이다. 


장학금 소식 이후 사우스햄튼으로 결정하고 진작 이 결정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 이유는 벌써 7월이라 학교 기숙사 신청은 이미 마감이었고 사설 기숙사도 전부 매진이었기 때문이다. 원룸도 셰어하우스도 많이 알아보았지만 원룸은 방이 너무 작거나 필요한 가구가 없거나 비싸거나 아무래도 혼자 살기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셰어하우스는 아무래도 화장실을 셰어 해야 한다는 점이 걸렸다.


지난 2주 동안 하루에 두세 시간씩 방을 구했다. 3,4월에는 합격한 학교 가운데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달달 외울 듯이 보며 애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진작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했냐며 스스로를 비난했다. 감성에 치우쳐 장학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객관적으로 더 나은 학교를 보지 못한 것이 아니냐며 나무랐다. 그런데 그 당시 최선을 다해 공을 들여 한 선택임은 분명하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방을 구하는데 최선을 다했고 어제 드디어 기다리던 사설 기숙사에 빈자리가 나서 계약서를 받을 수 있었다.


모든 순간 최고의 선택을 하려고 애쓰면 몸이 아프다. 모니터를 집중해서 보느라 눈도 아프고 과거를 자책하느라 마음도 아프다. 최선을 다했으면 그걸로 됐다는 마음으로 다음 스텝을 준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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